'국어 바로쓰기 사전' 저자이신 남영신 선생님께서 '안'의 쓰임과 관련해서 보내오신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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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 '안'은 '아니'를 줄여서 쓰는 말이고, 부사는 동사와 형용사를 꾸미거나 한정하는 말이지요.
그래서 부사 '안'이 동사와 형용사 앞에 오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자주 쓰지 않아서 어색하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요.
안 슬프다 = 아니 슬프다
안 고맙다 = 아니 고맙다
안 좋다 = 아니 좋다.
안 정확하다 = 아니 정확하다
안 예쁘다 = 아니 예쁘다
안 아름답다 = 아니 아름답다
안 밉다 = 아니 밉다
이 두 표현 어느 것도 틀린 것이 아니죠. 다만 어느 쪽이 더 자주 쓰이느냐에 따라서
더 자연스럽거나 어색하게 느껴지는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경치가 안 아름답다.'처럼 '안'이 서술어 '아름답다'를 꾸미는 경우에 어색해서
'아름답지 않다'를 쓰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안 아름답다'를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틀린 표현이 아니라고 해서 '안 아름답다'를 쓰라고 권하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적어도 틀렸다는 표현은 쓸 수 없다는 뜻입니다.
특히 '아름답거나 안 아름답거나 상관없다.'처럼
긍정과 부정을 쌍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안 아름답거나'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확한지 안 정확한지'가 못마땅하게 생각되는 것은
어쩌면 '정확한지 부정확한지'처럼 긍정과 부정을 나타내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안'을 사용한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개 형용사는 '높은지 낮은지', '큰지 작은지'처럼 상대어를 사용해서
긍정과 부정을 쌍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정확하게 앞 말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안 높다'와 '낮다'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높지 않다'라고 하는 것이 '높다'를 정확하게 부정하는 표현이지요.
다만, '높은지 높지 않은지'보다는
'높은지 안 높은지'가 더 간결한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논리로 '정확한지 안 정확한지' 표현에서 '안 정확한지'가
사람에 따라서 어색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라거나 '잘못 쓴 표현'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너무 거부감을 갖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추가: 이런 분들의 거부감을 감안하여 11쇄에서는 이 설명을 아래와 같이 바꾸겠습니다.
가늠(을) 보다: 목표에 맞도록 정확하게 가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