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만화밥 13번째 책 《자매의 책장》이 출간됐다. ‘2013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한 류승희 작가의 신작으로 4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만화이다. 자매는 세 해 전 갑작스레 사망한 아버지에 대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감정을 느끼며 고통을 억누른 채 살아간다. 아픈 어머니와 둘이 살면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우주’, 아이가 태어난 뒤 일을 그만두고 홀로 육아를 책임지는 ‘미주’. 두 자매가 고단한 일상에 지쳐 갈 때나 가족으로부터 상처 입을 때, 위로가 되어 준 건 ‘책’이었다. 자매는 책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다독이며 앞으로 다가올 삶을 응원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22 다양성만화 제작 지원사업’ ‘2023 만화출판 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어른
펴낸날 2023-07-24 | | 만화 류승희 |
18,000원
16,200원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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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고 위로받는 가족이라는 존재
아버지의 3주기, 동생 미주는 언니 우주에게 부탁한 상자를 건네받는다. 그 안에는 어릴 적 아버지가 미국에서 보내온 편지가 가득하다. 미주는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가 보낸 편지들을 수십 년 만에 다시 꺼내 읽는다. 자매는 3년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아버지의 죽음은 자매에게 오래도록 상처로 남게 된 아버지의 부재를 다시 한번 마주하게 한다. 우주는 사고 이후 CCTV 속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나오는 악몽을 연거푸 꾸고, 미주는 딸을 기르면서 자주 아버지를 떠올린다. 미주는 틈틈이 아버지의 편지를 살펴보며 마음속 빈칸을 채울 무언가를 발견하길 바라지만, 그 어떤 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자매의 하루하루는 별문제 없이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우주는 매일 반복되는 고된 직장 생활과 아픈 엄마를 돌보는 일상에 지쳐 간다. 미주 또한 일을 그만두고 하루 종일 홀로 아이를 돌보는 일과 남편의 무관심에 지쳐 간다. 우주는 아직도 동생에게 다른 집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미주 또한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일에 어려움을 느낀다. 가족을 가족으로 만드는 건 과연 무엇일까? 자매는 끊임없이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을 던진다.
책으로 위로받던 나날들
오래된 책장에 차곡차곡 쌓여 가는 두 자매 이야기
삶이 힘겨울 때, 우주는 서점으로 향한다. 서점 안의 수많은 책과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하루 종일 끓어올랐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다툴 때나 가족으로부터 상처 입을 때, 위로가 되어 준 건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 언제든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었다. 아버지가 남겨 두고 간 책장에는 어린 시절부터 같이 모은 책들과 함께 자매의 지난날이 빼곡히 꽂혀 있다. 자매의 삶에서 책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매의 모습은 많은 독서가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동생 미주에게 새로운 집이 생겼어도 자매는 여전히 책장을 공유한다. 우주와 미주는 저마다 느끼는 감정을 시시콜콜 말하지는 않지만 현재 읽고 있는 책을 교환하면서, 밑줄 친 문장에서, 책에 꽂아 둔 갖가지 책갈피에서 서로의 마음을 짐작하고 살핀다. 자매는 고된 일상과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마음속 응어리로만 남기지 않는다.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다독이며 앞으로 다가올 삶을 응원한다. 상처받고 위로받는 가족이라는 존재,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가족이라는 관계를 교차하는 두 인물을 통해 담담히 풀어냈다.
일상의 소중함을 그려내는 류승희 작가
처음으로 담아낸 사계절의 빛깔
《자매의 책장》은 두 자매가 보내는 1년 동안의 일상을 담았다. 그 일상 곳곳에는 《대성당》, 《끝과 시작》, 《올리브 키터리지》, 《비 오는 날 또 만나자》, 《수전 손택의 말》처럼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는 책들이 숨은그림찾기처럼 등장한다. 이 책들을 매개로 두 인물이 느끼는 미묘한 감정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책들은 독서를 좋아하는 작가의 책장 속 책들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별거 아니지만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동생의 추신처럼 곳곳에 숨은 작품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흑백 연필로 세상과 이야기를 그려 내던 류승희 작가가 이번에는 계절이 변화하며 달라지는 풍경을 네 가지 빛깔의 채색 그림으로 섬세하게 담아냈다. 마음의 안정을 주는 서점, 어릴 적 살고 싶었던 앵두나무집, 자주 가던 도서관, 딸과 함께 놀던 놀이터, 엄마가 다니는 병원 등 주인공을 둘러싼 공간과 배경 묘사에 중점을 두었다. 일상의 순간을 표현하는 류승희 작가 특유의 담백한 그림과 정제된 대사는 독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다.
◆ ‘추천하는 말’
누군가의 책장에는 그 사람의 삶이 있다. 책장에는 아직 차마 꺼내 볼 용기가 나지 않는 기억들이, 잠시 멈추고 싶었던 행복의 조각이, 지우고 싶었던 상처와 아픔이,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욕망과 희망, 때로는 증오도 함께 숨어 있다.
《자매의 책장》은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가득한 책장처럼, 아직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음에도 함께 살아가는, 또는 애도해야 할지 미워해야 할지, 위로해야 할지 아파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때론 이해하고 싶지 않고, 이해할 수도 없어서 ‘그냥 존재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과 서로 기대어 살게 될 테니까.
류승희의 만화는 마치 책장과 같다. 그냥 지나칠 땐 배경이었던 것이, 어느 순간 의미를 가지고 펼쳐진 페이지로 다가온다. 전작 《그녀들의 방》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매의 책장》에서도 그렇다. 우주와 미주가 읽고 있는 책, 사계절을 타고 변하는 기억의 색 틈에 숨겨 두었다. 마치, 언니가 발견하길 바라고 끼워 둔 책갈피처럼. 이 만화를 읽는 독자들 역시, 작가가 숨겨 놓은 책갈피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_이재민(만화평론가)
◆ 저자 소개
류승희
날마다 산책하고, 가끔 여행하고, 틈틈이 요가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에 고이는 소소하고 사소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나만의 책상에 앉아 가만가만 만화를 그리는 일을 좋아합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나리의 숲에는》 《그녀들의 방》 《오늘도 잘 살았습니다》,
어린이 만화 〈나리 나리 고나리〉(모두 3권) 〈검정마녀 미루〉(모두 2권)가 있습니다.
◆ 본문 미리보기
프롤로그 6
봄
3주기 18
편지 30
꿈 40
할아버지 52
여름
산책 64
앵두나무집 74
병원 88
수저 102
가을
엄마 118
물고기 130
스노우볼 142
바다 156
모래놀이 166
겨울
책상 180
아버지의 정원 192
도서관 204
첫눈 216
크리스마스 228
빈칸 238
책장 250
작가의 말 262
미리보기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