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 작가인 류승희의 신작이 나왔다. 5년째 공시생 첫째, 아르바이트하며 꿈을 좇는 둘째, 졸업을 앞둔 휴학생 셋째, 실직 위기에 놓인 엄마, 삶의 위기 앞에 놓인 네 명의 여자, 한 가족의 이야기. 네 여자들이 마주하는 삶의 위기는 저마다 다른 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8편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해 가족 사이에도 쉽게 내비칠 수 없는 감정들을 입체적으로 그려 낸 단편집이다. ‘2018 다양성만화제작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어른
펴낸날 2019-05-01 | 1판 | 만화 류승희 |
13,000원
11,700원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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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기만의 방’이 있나요?
저마다의 시간을 버텨 내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 《그녀들의 방》
독립하지 못한 세 딸을 거두고 있는 엄마,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채 집과 도서관을 오가는 첫째,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만화가를 꿈꾸는 둘째, 지방 대학을 다니며 졸업을 앞두고 다시 휴학해야 하는 셋째. 그녀들의 방은 다세대주택 반지하 집이다. 집으로 내려가려면 여덟 개의 계단을 지나야 한다. 지하 셋방은 가난이 먼지처럼 두껍게 내려앉아 있는 듯하다.
저마다 다른 나이의 네 여자는 졸업, 취업, 연애, 결혼, 실직과 같은 삶의 위기를 겪는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좌절하고 고민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가족’이라는 연결 고리로 한데 모인다. 단편마다 화자가 바뀌면서 자기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기도 하고 또는 자기의 시선으로 바라본 식구들을 묘사하면서 가족의 속살을 섬세하게 그려 낸다. 함께 살면서도 식구들 앞에서 쉽게 말할 수 없는 숨겨진 감정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네 식구는 자기 앞에 닥친 삶의 위기 앞에서 좌절하고 체념하기도 하지만,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과 삶의 의미를 발견해 간다. 어쩌면 네 식구가 마주하는 삶의 위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녀들의 방》은 제자리에 서서 계속 같은 원만 그리고 있는 건 아닌지, 파도에 휩쓸리는 수많은 모래알 중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며 자신의 시간을 꿋꿋이 버텨 내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책이다.
잠깐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어딘가에서 신기루처럼 보였다가 사라지는 반짝임을 볼 수 있다.
이제는 그 작은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차가운 계절을 걷는 누군가에게도 이 ‘작은 반짝임’을 전하고 싶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여덟 편의 이야기로 풀어낸 네 여자, 한 가족의 이야기
<엄마의 제사>는 5년 전 아버지와 이혼했지만 한 해에 여덟 번이나 되는 제사를 계속해서 지내는 엄마의 이야기다. 이혼한 아빠도, 아빠의 형제도 찾아오지 않지만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제사를 지낸다. 엄마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는 것일까.
<그대 눈에 흐르는 눈물>은 오랫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첫째 딸 진영이가 식구들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시험을 치러 간 날의 이야기다. 아침도 먹지 않고 간 큰딸을 걱정하며 엄마와 둘째 딸 선영이는 동네 도서관으로 향한다. 엄마가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빌린 책은 로맨스 소설. 긴 수험 생활로 힘들어하던 진영이도 엄마가 빌린 책 제목을 듣고 그제야 웃는다.
<라켓 너머 하늘>은 선영이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다. 점심시간마다 학교 운동장은 배드민턴을 치는 고3 학생들로 가득하다. 1학년 때는 쉬는 시간마다 배드민턴을 치는 고3 선배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배드민턴을 칠 때마다 라켓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좋다는 걸 안다.
<아홉 번의 겨울>은 대형서점 안 다이어리 판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영이의 이야기다. 어느 날, ‘알바 킬러’로 유명한 직원 하나가 옆 매장 알바생을 괴롭히고, 알바생은 ‘평생 이딴 곳에서 일하라’며 욕을 하고 알바를 그만둔다. 이 일을 보며 선영이는 대학 입학 전 추운 겨울, 첫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를 회상하게 된다. 그때로부터 아홉 번의 겨울이 지났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오후의 산책>은 10번째 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첫째 진영이의 이야기다. 두 번째 불합격 뒤 찾아간 노량진에서 신기루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밤하늘을 마주한다. 진영은 조금만 더 견디면 이 지독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그녀들의 방>은 셋째 미영이의 이야기다.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힘겹게 대학 생활을 이어 가는 미영이는 늦어진 졸업을 조금이나마 앞당기기 위해 계절 학기를 듣는다. K 선배가 방학 동안만 세를 놓은 공동주택 방 한 칸에서 여름을 나기로 했다. 다른 방에 사는 여자들의 얼굴은 한 번도 본 적 없다. 오히려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누군가가 방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미영이는 우물 같은 방에서 홀로 두려운 밤을 보낸다.
<내가 잠든 사이>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진영이가 연수원으로 떠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네 식구가 늘 함께하던 그녀들의 방에 한 사람의 빈자리가 크게 다가온다. 언니의 합격이 반갑지만, 선영이는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계절이 바뀌듯 변화는 찾아오고, 때로는 변화가 가져올 미래가 두렵게 느껴진다.
마지막 단편 <또 한 번의 계절>은 진영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떠난 네 식구. 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돌아온 봄을 맞아 여행을 즐긴다. 공무원 시험만 합격하면 파도에 휩쓸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파도는 쉼 없이 밀려온다. 세 딸과 엄마는 처음으로 가족사진을 찍는다.
연필로 하나하나 선을 그어 그린
‘류승희 표’ 아날로그 만화
작가 류승희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서른 넘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처음 낸 단행본 《나라의 숲에는》으로 2013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받았다. 그리고 6년 만에 새로운 단편집 《그녀들의 방》으로 돌아왔다. 단편집 《그녀들의 방》은 연필로 하나하나 선을 그어 그린 그림과, 때로는 시처럼 다가오는 대사와 내레이션, 출판만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만화 연출이 만나 ‘류승희 표’ 그래픽 노블이 되었다.
작가는 계속해서 누구나 쉽게 구해 쓸 수 있는 연필 한 자루로 그림을 그린다. 연필의 부드러운 선은 캐릭터들을 더욱 생동감 있게 하고, 거친 선은 서울의 밤하늘과 그녀들의 방을 묘사할 때 독자들의 감정을 더욱 고조시킨다. 《그녀들의 방》은 자유로운 연필 그림으로 인물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그려 내며 독자들에게 특별한 울림을 선사한다.
● 저자 소개
류승희 | 만화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이곳저곳 서성이다가 서른이 다 되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날마다 만화를 그리고, 가끔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간다. 걸으면서 생각하고 책상에 앉아 끄적이길 좋아한다. 누군가의 책장에 꽂혀 틈틈이 꺼내 보는, 그런 만화를 그리고 싶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나라의 숲에는》이 있다.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나리 나리 고나리’를 3년 동안 연재했다. 짧은 만화를 그려 SNS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2013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받았다.
● ‘작가의 말’ 가운데
나는 그 계절 속에 서 있다. 분명 봄도 지나고 여름도 지났을 텐데 그 시절을 떠올리면 언제나 추웠던 날들만 떠오른다. 가만히 서서 어딘가로 걸어가는 그녀들을 바라본다. 그녀들을 따라 도서관으로, 노량진 거리로, 지하 공장으로, 작은 자취방으로, 내 기억 속 장소들로 걸어간다. 그렇게 걷다 보면 내 안의 어떤 상처가 우지끈하게 아파 오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한다. (줄임)
이제 나는 그녀들이 사는 계절을 지나, 전혀 다른 계절을 걷고 있다. 여기에는 나만 바라보는 두 아이가 있고, 나와 함께 걸어가는 남편과 식구들이 있다. 우린 여전히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힘겹게 걷는다. 하지만 잠깐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어딘가에서 신기루처럼 보였다가 사라지는 반짝임을 볼 수 있다. 이제는 그 작은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차가운 계절을 걷는 누군가에게도 이 ‘작은 반짝임’을 전하고 싶다.
● ‘추천하는 말’
오래 전 아버지와 이혼했지만 맏며느리로서 빠지지 않고 제사를 지내는 엄마, 5년 동안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언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화 그리는 나, 반복된 휴학으로 졸업하기 위해 계절학기 듣는 동생.
그녀들의 방은 지하 셋방이다. 엄마와 딸 셋은 식구라기보다는 친숙한 동거인이다. 저마다 마주하고 있는 문제는 사회, 가정, 개인의 결이 쌓여 짓누르고 있어서 누구 하나 녹록치 않다. 이럴 때 ‘희망’은 얼마나 뜬구름 잡는 말이던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변화가 가져올 미래가 두렵다’는 말이 심장을 파고드는 까닭은 그녀들이 나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방》은 그런 현실을 견뎌 내는 방식과 그녀들의 소통, 그리고 사소하게 배려되는 마음으로 생활을 영유해 나가는 힘을 보여 준다. 자잘함을 느끼며 산다는 건 얼마나 생생한 살아 있음인가!
_백정숙(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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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엄마의 제사 5
그대 눈에 흐르는 눈물 41
라켓 너머 하늘 67
아홉 번의 겨울 99
오후의 산책 135
그녀들의 방 171
내가 잠든 사이에 205
또 한 번의 계절 235
작가의 말
작은 방 안을 서성이는 누군가에게 260
미리보기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