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한몫 도와 주어서 특별한,
시골 ‘작은 학교’ 한 반 어린이 모두가 쓴 시
밀양의 작은 농촌 마을에 자리잡은 ‘상동 초등 학교’에서 작년과 올해 5학년, 6학년 두 해를 이승희 선생님과 공부한, 한 반 어린이들 시 모음집이 나왔습니다. 한 반 어린이 스무 명 모두가 쓴 시 121편이 들어 있으며, 같은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이 31점 들어 있습니다.
둘 레의 꽃과 풀과 벌레를 보면서 그것에 마음을 온전히 주며 얻은 느낌을 잡아낸 시, 식구들과 동네 어른들, 또 선생님과 일하면서 땀 흘리며 쓴 시, 학교에서 집에서 동무들과 식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은 것을 붙잡아 쓴 시들이 두루 들어 있습니다.
‘풀 벌레’, ‘비’와 같이 자연에 마음을 온전히 준 시들은 더없이 평화롭습니다. 동무, 식구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쓴 시들은 생기 있고 아주 건강합니다. 권정생 선생님이 추천글에서 짚어 주신 대로 ‘자연이 한몫 도와 주어서’, 이 아이들 시는 참으로 맑고 따뜻합니다.
시가 아니라 삶이 목표! — 삶을 가꾸는 시 쓰기
이 책에 실린 시들이 특별한 까닭은 권정생 선생님 말씀대로 자연이 한몫 도와주어서이기도 하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곡절은, 아이들을 두 해 동안 가르친 이승희 선생님이 이오덕 선생님의 뜻을 실천하려고 무척 애쓰는 분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이승희 선생님은 시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삶을 가꾸는 방법으로 시 쓰기 공부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좋은 시를 얻는 게 목표가 아니고 온전히 아름답게 살기 위해 시를 쓰는 것이지요. 목표는 삶입니다.
아이와 식구들 모두의 삶이 보이는 시들
학교 생활, 식구들과 밥 먹는 이야기에다 깻잎 따기, 고추 다듬기, 콩타작, 벼타작 같은 소재의 시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삶뿐 아니라 어른들의 삶도 환히 보입니다. 밀양 농촌 마을의 생업이 무엇인지 보입니다. 학교, 마을, 아이, 어른. 이 작은 공동체의 삶이 온전히 다 들여다보입니다.
어린이에게 주는 참다운 문학은, 어린이가 쓴 글!
아 이들은 또래아이들과 놀면서 몸과 마음과 머리가 모두 알맞게 자랍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글을 보면서 어른들이 주는 동화나 동시에서보다 훨씬 더 깊은 감동을 얻고, 글 속의 또래 동무들과 자기를 같은 눈으로 보게 됩니다. ‘효’를 가르치려고 어른이 쓴 글보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무언가를 하고 쓴 글이 아이들 마음을 더 잘 움직입니다. 그래서, 어른이 만든 동화, 동시를 읽는 것보다 또래가 쓴 글을 읽는 것이 더 좋은 문학 경험이 됩니다.
이 시집에 시를 쓴 어린이들은,
김 병섭, 김영훈, 김준혁, 김창희, 나영광, 박용외, 박재용, 박정환, 서동진, 성준호, 신아름, 안은지, 오수근, 이민혁, 이지유, 임하정, 장재원, 정찬규, 최호철, 하상우입니다. 2003년에 5학년 한 반으로 만나 올해까지 두 해를 이승희 선생님과 함께 공부했습니다.
※ 자연이 키운 아이들의 시 - 권정생 선생님이 쓴, 추천하는 말
아이들 시를 읽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개
개가 / 뒷발로 / 얼굴을 긁는다. //
먼지가 / 바바박 / 일어난다. //
개 몸을 / 퍼벅 / 털어 주고 싶다.
김 영훈 어린이의 ‘개’라는 시다. 뒷발로 얼굴을 긁는 개가 얼마나 힘들어 보였기에 영훈이는 자기가 ‘퍼벅 털어 주고 싶다.’고 썼을까. 글쓰기는 이래서 쓰는 사람 마음도 읽는 사람 마음도 따뜻하게 하나로 만든다. 세 살 버릇 여든 살까지 간다고 했듯이 아이들의 글쓰기는 먼 훗날 여든 살까지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를 깨닫게 한다.
《할매, 나도 이젠 어른이 된 거 같다》에 이어 두 번째 나오는 이승희 선생님의 글쓰기는 또다른 특별한 데가 있다. 아무래도 농촌 아이들이어서 자연이 한몫 도와 줬기 때문일 게다.
산과 냇물과 꽃과 나무들만큼 고마운 것은 없다.
※ ‘사람다운 마음’을 가지게 해 주는 시 쓰기 — 엮은이 이승희 선생님의 말
왜 우리는 시 쓰기에 꾸준히 집중했던가?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 좋은 시를 얻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시 쓰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시를 쓰는 일은 바로 삶을 가꾸는 공부’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우 리는 늘 동무들이 쓴 시를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럴 때 시를 보는 잣대가 몇 가지 있습니다. 세상을 보는 마음 바탕이 반듯한가? 아주 조그마한 것에도 마음을 보낼 줄 아는가? 누구 눈에나 다 보여서 오히려 스쳐 지나가 버리기 쉬운 것에 잠시 눈길이 멈춘 적이 있는가? 일을 하면서 자연의 질서를 깨닫고 있는가? 자연의 작은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그것에 감동할 줄 아는가? 따위가 그것입니다. 시를 쓰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내 삶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순진한 마음, 욕심 없는 마음,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 목숨 가진 것들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벌레 하나라도 사람처럼 대접하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시를 써야 감동을 주는 좋은 시가 됩니다.
자기만 잘 하려고 하고, 점수 따기에만 열중하는 사람에게 세상의 작은 가치들이 보이겠습니까? 남에게 관심 갖고, 너그럽게 대하고, 무슨 일이든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그러면 세상이 달라 보이겠지요. 그 동안 내 눈에 안 들어오던 것이 들어오게 됩니다. 그전에는 안 와 닿던 게 이제는 마음 그물에 걸려듭니다. 마치 장님이 눈을 뜨듯 새 세상을 보게 됩니다. 그 다음은 천천히, 정확하게 보고 쓰기만 하면 되지요. 시는 삶을 가꾸어 가는 데에 참으로 좋은 연습 방법이 되어 줍니다. (……)
시를 쓰면서 우리는 마음을 키워 갑니다. 세상 보는 눈이 진지해지고 깊어집니다. 시를 써 가면서 이렇게 바뀌어 갈 수 있습니다. 그 바뀐 마음을 이오덕 선생님은 ‘사람다운 마음’이라 표현하셨습니다. 결국 시 쓰기는 자연의 한 부분인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사람다운 마음’을 가지게 해 주는 수단이고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얻는 열매이기도 합니다.
이 시집을 엮은 이승희 선생님은,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 교육대학을 나왔습니다. 오랫동안 부산에 있는 초등 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쳐 오다 여러 해 전에 밀양으로 이사했습니다. 농사지으면서 마을 사람들과, 또 한반 어린이들과 다 한 식구로 살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자연 속에서 사람과 풀과 벌레들이 모두 순하게 살아가는 것을 바라며 일하고 공부합니다.
추천하는 말 ㅣ 자연이 키운 아이들의 시 - 권정생
1부 살구꽃이 살짝 피었어
봄 ㅣ 박용외
살구꽃 ㅣ 하상우
내 감자 ㅣ 신아름
비 ㅣ 이민혁
비 1 ㅣ 하상우
비 2 ㅣ 하상우
살아 있는 수세미 ㅣ 김준혁
자두 ㅣ 이민혁
태풍 민들레 ㅣ 서동진
소나기 ㅣ 하상우
해 ㅣ 박재용
별 ㅣ 하상우
보름달 ㅣ 정찬규
홍시 ㅣ 신아름
새와 감 ㅣ 박용외
오늘 아침 ㅣ 박용외
서리 ㅣ 장재원
겨울 아침 ㅣ 오수근
하늘이 그린 그림 ㅣ 임하정
하늘 ㅣ 최호철
새봄 ㅣ 김창희
2부 개구리랑 같이 학교로 갔다
소리 ㅣ 오수근
true새 ㅣ 정찬규
개구리 ㅣ 김병섭
자전거가 좋은 개구리 ㅣ 장재원
개구리 ㅣ 김창희
청개구리 ㅣ 최호철
청개구리 ㅣ 하상우
청개구리 ㅣ 김병섭
오리 ㅣ 서동진
물오리 ㅣ 김준혁
매미 소리 ㅣ 장재원
매미 ㅣ 최호철
모기 ㅣ 안은지
배추애벌레 ㅣ 임하정
지렁이 ㅣ 박용외
개미 ㅣ 장재원
지네 ㅣ 장재원
쥐 ㅣ 박용외
불쌍한 햄스터 ㅣ 박용외
노루 ㅣ 오수근
복실이 ㅣ 하상우
개 ㅣ 김영훈
우리 집 개 ㅣ 김병섭
개 ㅣ 오수근
비 오는 날 개 ㅣ 박정환
고양이 ㅣ 김준혁
불쌍한 고양이 ㅣ 성준호
3부 어린 모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모 ㅣ 정찬규
논 갈기 ㅣ 하상우
풀뽑기 ㅣ 성준호
풀뽑기 ㅣ 서동진
그만 하고 싶지만 ㅣ 나영광
일 잘 하는 호철이 ㅣ 최호철
일 ㅣ 장재원
비 ㅣ 최호철
마당 쓸기 ㅣ 김영훈
태풍 ㅣ 나영광
밭에서 비닐 줍기 ㅣ 김준혁
우리 엄마 ㅣ 김준혁
할머니 ㅣ 최호철
할머니 발 ㅣ 하상우
깻잎 따기 ㅣ 박정환
엄마 냄새 ㅣ 박정환
깻잎 따기 ㅣ 안은지
깻잎 따기 ㅣ 성준호
들깨 터는 아줌마 ㅣ 하상우
콩 터는 할머니 ㅣ 안은지
콩타작 ㅣ 하상우
콩대 나르기 ㅣ 정찬규
땅콩을 캐고 따고 ㅣ 이지유
선생님과 일하기 ㅣ 최호철
고추 갈캐기 ㅣ 이민혁
고추 거두기 ㅣ 김병섭
고추 ㅣ 김병섭
고추 따기 ㅣ 김병섭
감 따기 ㅣ 하상우
고구마 식구들 ㅣ 박용외
고구마 ㅣ 김준혁
벼타작 ㅣ 박정환
벼 ㅣ 김병섭
아버지 ㅣ 최호철
저녁 소리 ㅣ 박용외
저녁 소리 ㅣ 하상우
4부 나는 혼자 놀았다
영훈이 ㅣ 김준혁
숨쉬기 명상 ㅣ 나영광
꽹과리 ㅣ 장재원
6.25 ㅣ 김준혁
우리 형 ㅣ 성준호
뒷집 민구 형 ㅣ 하상우
게임 ㅣ 김준혁
유민이 샌달 ㅣ 김준혁
우리 아버지 ㅣ 김병섭
용천 어린이 돕기 ㅣ 신아름
죄도 없는데 ㅣ 박정환
김선일 아저씨 ㅣ 나영광
우리 어머니 ㅣ 김창희
김치 ㅣ 신아름
열무김치 ㅣ 김준혁
저녁에 ㅣ 박정환
내 방 청소 ㅣ 김창희
벌초 가는 길 ㅣ 김준혁
아빠 표정 ㅣ 김준혁
김밥 ㅣ 김준혁
싸움 ㅣ 박정환
아버지 엄마 싸움 ㅣ 김병섭
우리 아빠 ㅣ 신아름
담배 ㅣ 박재용
부채 ㅣ 하상우
앞집 할매 ㅣ 이민혁
우리 할매 ㅣ 김병섭
우리 알배 ㅣ 이민혁
내 꼬치 ㅣ 이민혁
오줌 ㅣ 오수근
상민이 형 고추 ㅣ 하상우
할 일 없이 ㅣ 하상우
동진이 집 빨래 ㅣ 장재원
가게 할머니 ㅣ 신아름
장날 ㅣ 김영훈
우리 동네 ㅣ 안은지
그리운 우리 마을 ㅣ 임하정
엮은이의 말 ㅣ '사람다운 마음'을 가지게 해 주는 시 쓰기 - 이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