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일제와 독재에 맞서며 자기 길을 만들어간 김학철의 생생한 목소리
나의 길
무선 | 152×225 mm | 496 쪽 | ISBN 9791163143871
어른
펴낸날 2024-11-19 | | 글 김학철 |
25,000원
22,500원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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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크스주의자 김학철의 인생 역정을 담은 산문집 《나의 길》
〈김학철 문학 전집〉 일곱 번째 권 《나의 길》은 1990년대에 발표한 산문 53편을 실었다.
김학철은 평생 권력과 불의에 맞서며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일관된 삶을 살았다. 김학철은 루쉰을 사표로 삼고 자유와 정의를 위해서라면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으로 글을 썼다.
이 책 1부는 주로 김학철의 인생 역정을 담담하게 술회한 글들이다. ‘집사람과 나’에서는 ‘한국전쟁(조선전쟁)’ 때 김학철이 북경에 가기까지 저간의 사정을 자세하게 밝혔다. 또한 ‘반우파 투쟁’과 ‘문화대혁명’ 시기를 거쳐 1980년 복권되기까지 통틀어 24년을 ‘반혁명 현행범’ 김학철의 가족이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볼 수 있다.
2부에는 글쓰기에 매진하는 김학철의 하루 일과를 담은 글과 더불어 현실을 비판하는 글들이 실렸다. 산문 ‘만장일치’에서 자기 생각 없이 주변 눈치를 보며 손을 드는 것을 비판하고, “반대파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언론 탄압은 반동 정권의 공통점”이라고 하면서 언론의 문제를 짚은 산문 ‘덕담 신문’, ‘절대 권력이 한 사람 손에 집중되는 것은 재난’이라고 한 ‘제1 부인’ 같은 글들은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3부에는 주로 김학철의 글쓰기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산문들이 실려 있다. 산문 ‘바람과 깃발’ ‘동물 성격’ ‘벤츠는 달린다’ 같은 글에서 김학철은 현실을 호도하고 잘못된 이념으로 이끌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바탕을 두면서도 “본질적이며 전형적인 특징을 구체적이며 감각적으로 형상화할 것(‘거장의 손’)”을 강조한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목숨까지 위태로웠던 세월을 살아온 김학철이 풍자와 해학으로 현실 문제를 짚어 내기까지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엿볼 수 있다.
❚ 드팀없이 꿋꿋이 살아온 작가로서의 삶
김학철은, 문학은 현실을 진실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로지 글쓰기에 전념하여 말년까지 400여 편이 넘는 산문을 썼다. 대문에 ‘한인막고문(閑人莫敲門, 볼일 없는 분은 문을 두드리지 마시오)’이라고 쓴 패찰까지 걸어 놓고, 하루에 500자씩은 꼭 쓰려고 했다. 그렇게 “글을 쓰자면 세상만사를 무불통지로 다 잘 알아야 하므로 갖가지 사전들을 뒤져 보고(‘호박 엮음’)” “오후에 신문을 읽으면서 메모하고 오려내는 이 시간이 가장 즐겁다(‘나의 하루’)”고 할 만큼 자료를 모아 갈무리했다.
김학철은 《고요한 돈》의 표현 방법을 예로 들며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묘사는 하지 않을 작정(‘거장의 손’)”이라고 하였다. 또한 “구체적인 사람, 현실 세계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을 써야 한다(‘성장 과정’)고 강조했다.
그래서 김학철의 산문들은 마치 사랑방 이야기처럼 읽힌다. 동서고금 갖가지 이야기들에 속담을 알맞춤하게 섞어 쓴 산문들은 읽는 재미가 있다.
❚ 현대문학사의 공백을 채우는 김학철의 생생한 목소리
부록으로 실은 ‘김학철의 발자취’는 김학철이 살아온 이야기를 스스로 말한 것으로 100여 쪽에 이른다.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1985년 4월부터 일 년 동안 연변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김학철을 만나 나눈 대화를 녹음테이프 10개에 녹취하였다. 김학철이 오무라 마스오 교수와 일본어로 나눈 이 대화 녹취록을 연변 남상현 선생이 번역했다.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2023년 1월에 작고했는데, 평생 이육사, 윤동주를 비롯해 한인 문학을 연구하고 김학철을 일본에 알린 학자다. 특히 1985년 윤동주 묘소와 생가를 처음 발견하여 국내에 알렸다.
이 녹취 기록에 《노마만리》로 잘 알려진 월북 작가 김사량 이야기가 자못 상세하게 나온다. 김학철은 평양에 있을 때 김사량과 교분을 맺었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전쟁 때 사망하였다. 김사량 또한 남과 북의 역사에서 모두 지워진 작가이다. 좋은 글쓰기의 모범인 《문장강화》로 알려진 이태준 등 월북 작가들이 북한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볼 수 있어 현대문학사의 빈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귀한 자료이기도 하다.
▮김학철(金學鐵) | 글
본명은 홍성걸(洪性杰). 1916년 조선 원산에서 태어나 서울 보성고보 재학 중 독립운동에 투신하여 중국 상해로 탈출, 김원봉 휘하 의열단 반일 테러 활동에 가담, 중국 중앙육군군관학교(황포군관학교)를 졸업하고 1938년 조선의용대 창립 대원으로 항일 투쟁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1940년 중국공산당에 가입, 1941년 태항산 호가장 전투에서 일본군과 교전 중 다리에 부상을 입고 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압송, 나가사키형무소에서 4년 동안 복역했다.
옥중에서 부상당한 다리를 절단하고 1945년 일본이 투항하여 출옥했다. 서울에서 조선독립동맹에 참여, 단편 〈지네〉(1945년)를 발표하면서 창작활동을 시작하고, 그 뒤 평양에서 〈로동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1950년부터 중국 북경 중앙문학연구소(소장 정령)에서 창작활동을 계속했다. ‘문화대혁명’ 시기 《20세기의 신화》 필화사건으로 10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1980년 복권되어 창작활동을 재개하고 2001년 9월 25일 연길에서 세상을 떠났다.
장편소설 《해란강아 말하라》(1954년), 《격정시대》(1986년), 《20세기의 신화》(1996년), 소설집 《무명소졸》(1989년), 《태항산록》(1989년), 산문집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1994년), 《나의 길》(1996년), 《우렁이 속 같은 세상》(2001년), 《사또님 말씀이야 늘 옳습지》(2002년), 전기문학 《항전별곡》(1983년),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1995년) 등 이 밖에도 많은 저서를 남겼다.
▮추천하는 말
김학철 선생은 정통 사회주의자이고 인류가 가야 할 길은 사회주의라는 생각을 한 번도 버린 적 없다. 끝내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간 사람이다.
내가 이런 김학철 선생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은 1948년 <담뱃국>이라는 소설이었다. 김학철 선생은 사회주의자이지만 그가 쓴 소설에서는 인간의 여러 가지 모습, 사람 사는 기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뒤 그 작품에 대해 서평을 쓴 인연으로 연변에서 김학철 선생을 여러 차례 만나게 되었다. 내가 본 김학철은 정직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또 소설 쓰는 것을 매우 즐겨했다.
김학철 선생의 글은 한국 문학을 매우 풍부하게 만드는 중요한 한국 문학의 한 갈래라고 본다. 그가 쓴 글들이 <김학철 문학 전집>으로 나온다니 참으로 기쁘다. 혁명적 낙관주의자 김학철 선생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_신경림 시인
한국의 보리출판사에서 <김학철 문학 전집> 전 12권이 출판된다고 합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김학철은 불요불굴의 사회주의자였습니다. 그가 평생 지향한 것은, 그의 말을 빌리면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였습니다. 그것은 어려움 속에서도 마음은 넉넉했던 팔로군 생활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에게는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사회주의는 있을 수 없고, 사회주의가 되려면 인간적이어야만 하는 것이었지요.
2001년, 김학철의 유해는 태어난 고향인 원산에 닿도록 두만강에 띄워 보내졌습니다. 원산에 닿은 유해는 한국에 와서 <김학철 문학 전집>으로 태어났고, 동해를 건너 일본으로 가서 <김학철 선집>이 되었습니다. 이제 더 나아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을 건너 전 세계로 퍼져 나갈 것입니다.
_오무라 마스오 와세다 대학 명예교수
김학철 선생이란 어른의 성함을 처음 들은 것은 1980년대이다. 내가 국회에서 선배로 모신 송지영 선생이 “김학철이란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야말로 진정한 휴머니스트이고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공산주의자이시지. 그분은 한 번도 지조를 꺾지 않으셨고 올곧은 그대로 삶을 사셨다.”고 소개했다.
최후의 독립군 분대장 김학철 선생은 일찍부터 독립운동에 가담해 태항산에서 일본군과 전투 중 총격을 당해 다리를 다치고 일본군에 붙잡혔다. 일본에 협조했다면 치료라도 제대로 받았을 테지만, 그것도 거부하여 평생 다리 하나가 없는 불구가 된 채 일본 감옥에서 해방을 맞이했다.
김학철 선생은 전 생애를 레지스탕스로 일관하셨다. 그분이 누리고 바라는 삶은 간단하다. 필수품으로 원고지와 펜, 그리고 간단한 옷가지, 누울 자리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했을 것이다. 왜 우리는 마하트마 간디를 찾아야 하나? 우리의 스승은 바로 김학철 선생인데!
이제라도 김학철 선생의 작품을 모아 전집을 낸다고 하니 매우 반갑다. 김학철 선생의 해학과 유머가 있는 여유로운 필체를 독자들도 함께 느끼길 바란다.
_이종찬 우당교육문화재단 이사장
김학철이 없었다면 우리의 굴욕적인 식민지사의 한 부분은 어찌 되었을까. 그 굴욕이 한결 비참하고 수치스럽지 않았을까. 우리의 독립투쟁사 말기에 ‘조선의용대(군)’라는 다섯 글자가 박혀 있다. 그런데 그 독립군이 어떻게 결성되고, 어디서, 어떻게 싸웠는지 실체적인 명확한 기록이 없었다. 그 역사 망실의 위기를 막아낸 사람이 바로 김학철이다.
김학철은 바로 조선의용군의 ‘최후의 분대장’으로 싸우다가 왼쪽다리에 총상을 입었고, 치료를 받지 못해 상처가 썩어 들어가다가, 일본의 나가사키형무소까지 끌려가 결국 절단당하고 말았다.
그 후 그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외다리 인생’을 살아 내면서 총 대신 펜을 들고 문인의 삶을 개척했다. 그리고 소설을 창작하기 시작했다. 그의 고결한 영혼 속에서 탄생한 진솔한 작품이 바로 《격정시대》이다. 그는 그 소설을 통해 작가의 진정한 소임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었다. 작가는 민족사에 기여하고, 인류사를 보존해 가는 존재다.
이제 그분의 모든 작품들이 전집으로 묶여 우리 문학사에 크게 자리 잡으며 많은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기쁘고 보람스러운 일이다. 선생께서도 특유의 잔잔한 미소를 지으실 것이다
_조정래 소설가
▮ 본문 중에서
스무 살에 상해에서 반일 테러 활동에 뛰어들어 맥아더 사령부의 정치범 석방 명령으로 일본 감옥에서 풀려나는 서른 살까지 나는 지겨운 줄도 모르고 또 한눈도 팔지 않고 오로지 한길을 걸어 나왔다. 제멋에 겨워서 자신만만하게 걸어 나왔다. 하긴 자신만만한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_29쪽
‘문화대혁명'이 터진 이래 칠팔 년 동안에 무릇 ‘계급의 적’으로 지목된 사람들은 다—하나의 예외도 없이—명령에 따라 고개를 푹 숙이고 허리를 깊숙이 굽혀야 했다. ‘디터우(低頭)’ 하면 고개를 숙여야 하고 ‘하야오(哈腰)’ 하면 허리를 굽혀야 했다. ‘죽을죄를 지었으니 용서해 줍시사’는 표시였다.
한데 놀랍게도 이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모욕적인 자세가 아예 의식화돼 버려 사회생활 속에 이미 정착을 했었다. 항다반이 돼 버려 아무도 해괴스레 여기지를 않았다.
나는 이에 도전할 결심을 내렸던 것이다.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숙이고 굽히고는 안 할 작정이었다. 극좌분자들이 벽돌 넉 장을 가느다란 쇠줄로 얽어매 가지고 ‘계급의 적’이라는 교장 선생의 허리 굽힌 목덜미에다 두세 시간씩 걸어놓는 것쯤은 예사로운 세월이었다. _47쪽
고향이란 무엇이길래 이다지도 오래오래 머릿속에 살아남아 가시지를 않는지.
내 고향 원산에서는 아직도 서로 사이 ‘설라무네’와 ‘깐두루’를 주고받으며 연금술에 실망하고 조폐에 성공하는 새끼 김학철들이 분투를 하고 있는지, 벼락부자가 돼 가지고 코가 우뚝해 돌아치는 새끼 김학철들이 내노라하고 자신들의 역사를 엮고 있는지, 분투의 역사를 엮고 있는지. _74쪽
조선의용군 출신의 저명한 국문학자 김태준(金台俊)이 당국에 체포돼 사형을 당하고 또 같은 조선의용군 출신의 탁월한 정보원 성시백(成時伯)이 역시 간첩죄로 처형을 당한 것은 그 후의 일이었다.
_128쪽
의견의 불일치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반대파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ABC다. 우리 다시는 억지다짐으로 만장일치를 추구하지도 말고 또 두들겨 패기로 100퍼센트를 조작하지도 말자._180쪽
우리는 현재 한어권 내에서 살고 있으므로 ‘구독(購讀)’을 ‘딩(訂)’이라고 하기쯤은 예사다. ‘정년퇴직’을 ‘리슈(離休)’, ‘투이슈(退休)’라는 것도 보통이다. 그러나 간행물 같은 데다 정식으로 발표할 때는 특히 신중히 다뤄야 하겠다. 당나귀는 당나귀, 노새는 노새, 사슴은 사슴, 노루는 노루…… 분명히 갈라서 써야 하겠다. _279쪽
금빛의 후광으로 치장하지 않은 사람들, 구체적인 사람들, 현실 세계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 보통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원고지에 그대로 옮겨 놔야 하잖을까. 틀에 맞춰 다듬거나 후광을 그려 넣거나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_367쪽
추천사
한국판에 부쳐
저자의 말
제1부 나의 길
나의 길
나의 젊은 시절
황포동학회
아, 태항산
제2차 공판
여류 작가 리선희
고향이란 무엇이길래
집사람과 나
서울 나들이
우정 반세기
참배 풍파
제2부 락양―서울
락양—서울
나의 생일
나의 필기장
서안 나들이
나의 하루
만장일치
덕담 신문
타부와 십계명
부도수표
소리의 세계
호박 엮음
제1부인
닭알 폭탄
미이라
연금술
담뱃대 승차
반딧불 남편
거장의 손
만신창이
이 여성들
코끼리띠
동추하춘
제3부 나의 동기생
날조의 자유
추운 물
바람과 깃발
신판《림꺽정》
보물찾기
너구리 현상
동물 성격
‘그놈이 그놈’
꽁지 빠진 수꿩
참매미
‘벤츠’는 달린다
명언 가지가지
고혈압 병
정문이, 잘 가오
독서삼매
영웅 논란
논란 ‘한 번만’
문객 문학
성장 과정
나의 동기생
부록
김학철의 발자취_오무라 마스오
김학철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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