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펴낸날 2024-04-29 | | 글 김부식, 일연 외 | 그림 박건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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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넘쳐 나는 시대, 우리 이야기의 원형 ‘설화’를 읽어야 하는 까닭
지금은 ‘이야기의 시대’다. 기업에서 만들어내는 제품의 마케팅에도 이야기성(스토리텔링)이 필요하고,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도 이야기성은 큰 무기로 작용한다. 우리가 즐겨 보는 드라마와 여러 콘텐츠들도 이야기의 힘이 약하면 큰 인기를 얻기 힘들다.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여러 사람들을 하나로 묶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이야기에서 살아갈 힘을 얻고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공감하는 이야기들은 여러 면에서 서로 닮아 있고 한 뿌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 이야기의 뿌리는 어떤 것일까? 우리 이야기의 시작, 첫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우리 이야기의 원형은 바로 ‘설화’에서 찾을 수 있다. 설화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원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기나긴 세월 동안 만들어지고 덧붙여지기도 하며 발전하고 풍부해졌다. 현실세계와 환상세계,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아우르는 설화는 그 설화가 만들어진 시대의 모습과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 상상력을 오롯이 담고 있다. 그 뒤 패설, 야담, 소설, 민담 들로 발전해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들이 읽기 쉬운 우리 고전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보리 청소년 고전 ‘만남’ 시리즈 세 번째로 선보이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청소년들아, 설화를 만나자》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기본으로 하면서 《오산설림》《동국여지승람》과 같은 민족 고전에서 설화와 전기 작품을 골라 실었다.
우리 겨레의 오래된 역사책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고조선과 고구려, 백제, 신라와 가야의 건국신화와 전설, 민담 들이 실려 있다. 이 이야기들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쓰이기 훨씬 오래전에 만들어져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책에 실리게 되었을 것이다. 옛사람들이 만들고 전하면서 덧붙이거나 빼고 발전시켜 온, 함께 만든 이야기들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청소년들아, 설화를 만나자》에는 단군 시대부터 고려 때까지 신비로운 신화와 전설, 그 시대 활약했던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한자로 쓰인 원전을 우리말로 옮긴 리상호는 쉬운 말과 운율감 있는 문장으로 읽기 쉬운 번역본을 완성했다. 이 번역본을 바탕으로 현직 국어교사인 정지영 작가가 문장을 더욱 쉽게 다듬고 설명을 달아 청소년들이 읽는 데 힘이 들지 않는다. 각 편 끝에 시대 배경과 상세한 설명을 더한 해설을 달아 이해를 돕는다. 또 박건웅 작가의 세련되고 경쾌한 그림이 흥미를 더한다.
옛사람과 만나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더 깊이 배우는 시간
《삼국사기》가 쓰인 12세기 고려는 안으로는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였고, 밖으로는 금나라가 북송을 멸망시키는 격동의 시대였다. 《삼국유사》는 몽골과의 전쟁으로 나라 곳곳이 잿더미가 되었던 시기에 쓰였다. 이 책의 편찬자인 김부식과 일연은 백성들이 우리 역사와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엮었다.
고조선부터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신비로운 건국 신화(‘고조선 단군’, ‘해모수와 유화’, ‘탐라군 전설’ 등), 그리고 왕들에 관한 이야기(‘어리석은 개로왕’, ‘원성대왕’, ‘선덕여왕이 알아맞힌 세 가지’ 등), 용감한 장군과 충직한 신하들의 이야기(‘포악한 왕을 몰아낸 창조리’, ‘살수대첩의 을지문덕’, ‘백제 마지막 장군 계백’ 등), 뛰어난 예술가들의 이야기(‘까마귀도 속인 화가 솔거’, ‘가난한 음악가 백결 선생’, ‘뛰어난 음악가 최치원‘ 등) 향가와 가요 같은 옛 노래들에 관한 이야기(‘여옥과 공후인’, ‘유리왕의 황조가’, ‘망부석과 정읍사’, ‘제망매가와 월명리의 전설’ 등), 현명하고 꿋꿋한 백성들의 이야기(‘신의를 지킨 도미 부부’, ‘효녀 지은’ 등) 들에서 우리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옛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옛사람들의 삶과 생각들을 읽으며, 우리 땅,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저자 소개
김부식과 일연 외 | 글
김부식(1075~1151)은 고려 중기의 유능한 정치가이자 문인이다. 주요 관직을 두루 거쳤으며, 1135년 일어난 묘청의 난을 진압하기도 했다. 관직에서 물러난 뒤 인종의 명을 받들어 열한 명의 사관들과 함께 《삼국사기》를 편찬했다. 앞 시대를 정리하면서 사회의 통합을 굳건히 하려는 뜻을 가지고 책을 펴냈다. 《삼국사기》는 현재 전하는 우리 역사책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를 본기, 지, 열전 따위로 나누어 정사체로 썼다.
승려 일연(1206~1289)은 몽골과의 전쟁으로 나라가 잿더미가 되었던 고려 후기 충렬왕 때 《삼국유사》를 썼다. 젊어서부터 자료를 모아 일흔 살부터 쓰기 시작해 죽는 날까지 십여 년 동안 썼다.《삼국유사》는 삼국의 역사를 쓰되, 정사가 빠뜨리고 간 것을 보충하는 것처럼 썼다. 우리 역사와 문화, 종교 등 여러 분야의 보물 같은 자료들이 있다. 특히 설화와 향가를 온전히 보여 주어 문학 연구에 중요한 책이다.
리상호 외 | 옮김
리상호는 1950년대에 《삼국유사》를 우리말로 옮겼다. 같은 때 《열하일기》도 우리말로 옮겼다. 고전을 쉬운 우리말로 옮기면서 토박이말을 살려 쓰고 운율감이 배어 있게 하여 우리 고전이 국역 문학으로 새로 태어나게 하였다.
《삼국유사》 말고 다른 책에서 뽑은 글은 북한 사회과학원 고전연구실 학자들이 우리말로 옮겼을 것으로 짐작한다.
정지영 | 다시쓰기
천안의 한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선생님들과 함께 고등학교 《국어》와 《문학》 교과서를 만들며 국어 교육을 고민했고, 학생들이 문학을 재미있게 읽도록 문학 작품 선집도 엮었다.
박건웅 | 그림
회화를 전공했다. 대학 시절을 거치며 한국 근현대사의 숨겨진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해 왔다. 《노근리 이야기》(모두 2권) 《어느 혁명가의 삶 1920~2010》《짐승의 시간》《그해 봄》과 같은 어른들을 위한 만화를 그렸고,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생쥐의 손그림자 숲속 탐험》《사랑의 솜사탕》 《광릉숲의 요정》 《방긋 방게》 들에 그림을 그렸다.
2002년에 ‘대한민국만화대상’ 신인상을, 2011년에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2014년에 ‘부천만화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본문 중에서
드디어 주몽은 남쪽 땅으로 떠나 엄체수(지금의 압록강)라는 곳에 이르렀다. 강을 건너려고 하였으나 배가 없었다. 그는 뒤쫓는 군사들이 곧 따라올까 봐 근심하였다. 주몽은 채찍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크게 한숨지으며 빌었다.
“나는 천제의 손자요, 하백의 외손이라. 지금 난을 피하여 여기에 이르렀나니 하늘과 땅은 그대의 자손을 불쌍히 여겨 속히 배다리를 놓아 주소서.”
그러고 활로 물을 치니 어느덧 물고기와 자라들이 물 위에 떠올라서 다리를 이루었다. 마침내 주몽은 강을 건너갈 수가 있었다. 얼마 안 있어 뒤쫓아 오던 병사들이 왔으나, 그들이 강가에 이르자 물고기와 자라들이 놓은 다리가 곧 흩어졌다. 그래서 이미 다리 위에 올라섰던 자들은 몽땅 물에 빠져 죽었다.
_22쪽 ‘고주몽’
하루는 곽리자고가 새벽에 일어나서 강에 나가 배질을 하고 있었다. 이때 머리가 하얗게 센 미친 남자 하나가 머리를 갈래갈래로 풀어 헤뜨리고 병을 들고서 세차게 흐르는 물결을 질러 강을 건너가는 것이었다.
그의 아내가 황급히 따라오며 건너가지 말라고 소리쳐 불렀으나 미처 손쓸 사이도 없이 남자는 강물에 밀려 빠져 죽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그 아내는 공후를 뜯으며, ‘그대 강을 건너지 말라 하였건만[공무도하]’이란 노래를 지어 불렀는데, 그 곡조가 매우 애달프고 구슬펐다. 그리고 여자는 노래를 마치자 스스로 몸을 강물에 던져 죽고 말았다.
_62쪽 ‘여옥과 공후인’
왜왕이 성이 나서 말했다.
“네가 이미 내 신하가 되었는데 그러면서 어찌 계림의 신하라고 하느냐? 갖은 형벌을 주어야 마땅하겠지만 네가 왜의 신하라고만 말한다면 반드시 높은 벼슬로 상을 주리라.”
박제상은 말하였다.
“차라리 계림의 개나 돼지가 될지언정 왜의 신하는 되지 않겠다. 차라리 계림의 매를 맞을지언정 왜국의 벼슬이나 녹은 받지 않겠다.”
왜왕이 박제상의 발바닥 가죽을 벗기게 하고 갈대를 벤 그루터기 위를 달리게 하였다. 왜왕이 다시 물었다.
“네가 어느 나라 신하냐?”
_127쪽 ‘박제상과 아내’
“옛사람 말에 ‘여러 입이 떠들면 쇠라도 녹여낸다’고 하였으니 이제 그까짓 바닷속에 있는 미물이 어찌 여러 사람의 입을 겁내지 않겠습니까? 이 고장 백성들을 시켜 노래를 지러 부르고 막대기로 언덕을 두드리면 부인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순정공이 그 말대로 하였더니, 용이 부인을 받들고 바다에서 나와 바쳤다. 공이 부인더러 바닷속 일을 물었더니 그가 말하였다.
“가지가지 보석으로 꾸민 궁전에, 먹는 것은 달고 연하고 향기롭고 깨끗하여 인간 세상에서 먹는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_161쪽 ‘수로 부인’
설 씨가 굳이 거절하고 가만히 도망하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니, 마구간에 가서 가실이 두고 간 말을 보고 큰 한숨을 쉬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때 가실이 교대하여 돌아왔는데 모습이 수척하고 옷이 날고 해져 집안사람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딴사람이라고 하였다. 가실이 앞으로 내달아 깨진 거울을 던지니 설 씨가 이것을 받아 들고 흐느껴 울었다. 아버지와 집안사람들도 너무도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_205쪽 ‘설 씨의 딸’
1부 하늘 아래 널리 이롭게 하라
고조선 단군 10
해모수와 유화 13
고주몽 19
유리왕 28
비류와 온조 31
혁거세와 알영 35
석탈해 38
김알지의 출생 42
가락국 이야기 1 44
가락국 이야기 2 47
가락국 이야기 3 49
가락국 이야기 4 53
탐라국 전설 55
후백제 왕 견훤 58
2부 백제는 둥근달 신라는 초승달
여옥과 공후인 62
유리왕과 황조가 64
절로 끓는 밥 가마 66
을두지의 뛰어난 지혜 68
왕자 호동 71
신의를 지킨 도미 부부 73
말 한 필도 돌려보내지 않은 명림답부 76
나라를 위해 싸운 밀우와 유유 78
포악한 왕을 몰아낸 창조리 81
태자의 말 발자국 84
어리석은 개로왕 86
온달과 평강공주 91
노래로 연을 맺은 서동과 선화공주 96
살수대첩의 을지문덕 100
백제는 둥근달, 신라는 초승달 104
백제 마지막 장군 계백 108
떨어져서 죽은 바위 110
망부석과 정읍사 112
3부 거센 물결을 잠재우는 젓대
가배의 유래와 회소곡 116
연오랑과 세오녀 118
댓잎 군사 120
박제상과 아내 122
약밥의 유래 130
도화녀와 귀신의 아들 비형랑 133
황룡사 구층탑 137
토끼와 거북 이야기 141
조신의 꿈 144
성인을 만난 경흥 149
거센 물결을 잠재우는 젓대, 만파식적 152
부례랑이 되찾은 만파식적 156
수로 부인 160
제망매가와 월명리의 전설 163
원성대왕 165
김현과 호녀 168
나라를 지키는 세 용 173
처용랑과 망해사 175
용을 구한 거타지 178
까마귀도 속인 화가 솔거 182
다시 살아난 선율 183
4부 그대를 위하여 방아 노래로 위로하리라
공을 세우고도 인정받지 못한 물계자 188
말 한마디 때문에 목숨을 내놓은 석우로 191
가난한 음악가 백결 선생 194
음악가 우륵 196
죽어서도 왕의 허물을 고친 김후직 199
설 씨의 딸 202
선덕여왕이 알아맞힌 세 가지 206
어진 문장가 강수 210
죽어서 나라를 구한 관창 215
설총과 화왕계 218
붓을 놓지 않은 김생 222
불국사를 세운 김대성 224
장보고와 정년 228
경문와의 나귀 귀 231
뛰어난 문학가 최치원 233
효녀 지은 238
우리 고전 깊이 읽기
⦁ 설화와 전기에 관하여
⦁《삼국사기》와 김부식
⦁《삼국유사》와 일연
미리보기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