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갯살림 시리즈의 기획 의도
우리 겨레는 오랫동안 갯벌과 관계 맺으며 아주 고마운 양식거리를 얻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도 갯것의 하나로 살아왔지요. 갯것들을 책에 담아 내는 일은 우리 땅에서 수만 년 동안 함께 살아온 생명계 식구들에 관한 기록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갯것들과 관계 맺는지 그래서 사람이 어떻게 갯것의 하나로 겸허한 자리를 가져야 하는지는 무척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것을 갯마을 사람들에게 직접 물으며, 답을 찾아 가며 어린이 갯살림 시리즈를 만들었지요.
이 책을 보며 아이들이 갯마을 사람들의 말을 배우고, 그 사람들이 갯것(생명체)을 대하는 법을 배웠으면 합니다.
어린이 갯살림 그림책2《뻘 속에 숨었어요》가 나왔습니다.
앞 서 나온 어린이 갯살림1《갯벌에 뭐가 사나 볼래요》가 우리 나라 갯벌의 다양한 생김새와 갯마을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 그림책이라면, 어린이 갯살림3《갯벌에서 만나요》는 다양한 갯벌 생물들을 세밀화에 담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그림책 형식을 띤 도감입니다.
어린이 갯살림 2권 《뻘 속에 숨었어요》는 갯바닥과 뻘 속 단면도를 보여 주는 그림책입니다. 《뻘 속에 숨었어요》가 나와서 어린이 갯살림 시리즈 전체 3권으로 완결되었습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갯바닥과 뻘 속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첫 장부터 끝 장까지 병풍처럼 한 번에 쭉 펼쳐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그림의 한 면은 갯바닥이고 다른 한 면은 뻘 속 풍경입니다. 아이들은 갯비린내가 묻어 나는 펼친 갯바닥과 뻘 속 단면도를 보면서 갯벌 생물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그림책은 갯벌에 '신발 벗고 바지 걷고' 들어가 뻘 속에 '뭐가 사나' 들여다보고 싶어지게 합니다.
갯바닥이 시원스레 펼쳐집니다.
갯 벌에 나가면 이런 데 뭐가 살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갯벌에는 수없이 많은 생명체들이 어울려 삽니다. 갯바닥에 나 있는 온갖 흔적들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짜디짠 갯벌에 돋아난 나문재 나물, 작고 길쭉한 갯지렁이 똥, 작은 분화구 같은 낙지 구멍, 다글다글 촘촘히 찍힌 칠게 발자국, 들쑥날쑥한 농게 구멍, 탑처럼 쌓아 올린 펄털콩게 구멍, 대롱처럼 솟아 있는 가지가지 다른 갯지렁이 관들, 고둥이 기어다니며 갯바닥에 그려 놓은 선, 셀 수 없이 많은 둥근 모래 뭉치들, 모두가 갯벌이 갯벌 생물들의 소중한 삶터임을 일깨워 줍니다.
갯것들이 뻘 속에서 어떻게 사는지 자세히 보여 줍니다.
우리 나라 어린이 그림책에서 갯벌의 단면도를 제대로 다룬 것은 이 책이 처음입니다.
비 스듬하게 생긴 방게 굴, 말굽 모양의 칠게 굴, 일자로 반듯하게 생긴 가리맛조개 굴, U자형 개불 굴도 보이고 모래알과 부서진 조개껍데기를 붙여 만든 기다란 갯지렁이 관도 볼 수 있습니다. 위험이 닥치는 것을 느끼고 가까운 농게 구멍에 들어가 숨어 있는 말뚝망둥어, 뻘 속에 몸을 반 이상 박고 사는 말미잘 등 하나하나 꼼꼼하게 그렸습니다. 갯벌을 직접 파보지 않아도 뻘 속 단면도를 통해 갯벌 생물들이 어떻게 사는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설명글이 쉽고 재미납니다.
아이들이 갯벌 생태를 더 잘 알 수 있게 '농게가 개흙으로 막 덮은 자기 구멍','갯지렁이가 뻘을 긁어 먹은 자국','엽낭게가 먹이만 골라 먹고 뱉어 놓은 모래 뭉치', 이처럼 갯벌 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 옆에 쉬운 설명글을 달았습니다.
첫 장에 나오는 글은 재미있는 민요 가락에 실었습니다.
쏙아 숨어라, 쏙쏙 숨어라.
갈매기 떴다, 어서 빨리 숨어라.
조개도 숨어라, 뻘 속에 숨어라.
조가비가 보일라, 꼭꼭 숨어라.
갯지렁이야 숨어라, 대롱 속에 숨어라.
도요새한테 들킬라, 어서어서 숨어라.
대가리가 보일라, 꼭꼭 숨어라.
꼼꼼하게 취재하고 하나하나 감수받았습니다.
이 책 역시 1권과 3권을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갯벌을 돌아다니며 꼼꼼히 취재해서 만들었습니다.
호미와 양동이를 들고 장화를 신고 돌아다니며, 보고, 잡고, 사진 찍은 것을 글과 그림으로 옮겼습니다.
농 게를 보려고 농게 구멍 앞에서 죽은 듯이 기다리기도 하고, 갯바닥을 보려고 한밤중에 물이 빠진 갯벌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조심조심 뻘 속을 파 보고, 만져 보고,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되풀이했지요. 책을 만들면서 여러 전문가 선생님들께 하나하나 여쭙고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