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수는 한옥을 짓고 고치는 현장에서 일하는 목수다. 김 목수는 한옥을 짓고 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한옥을 어떻게 하면 잘 지을 수 있는지, 어떤 것들을 미리 준비해야 하고,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 준다.
한옥은 새로 짓든 고치든 참 많은 시간과 비용과 정성이 들어간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어떤 집도 한옥만큼 사람에게 좋은 집이 없다. 한옥은 그 안에 사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집이기 때문이다.
한옥은 수많은 부재들을 단단히 짜 맞추어 안정된 구조를 이룬다. 주춧돌, 기둥, 보와 도리, 기와까지. 한옥에 쓰는 부재들 하나하나를 설명하고, 부재들을 어떻게 깎아 만드는지, 이 부재들을 어떻게 짜 맞추어야하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한옥 짓는 과정과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직접 찍은 사진, 쉬운 그림과 함께 담았다.
어른
펴낸날 2015-11-30 | 1판 | 글 김도수 |
18,000원
16,200원 (10% ↓)
16,200원 (10% ↓)
❙ 김 목수가 보내온 편지
집 짓는 것이 업이 되어 남이 지어 놓은 집을 이리저리 눈여겨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못된 공법으로 못나게 지어진 집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못난 집을 짓는 목수는 못난 집 짓느라 얼마나 못난 고민을 했을까요? 돈에 눈멀어 얼렁뚱땅 대충 짓기도 했겠지요. 하지만 분명 모범이 되는 선배 목수나 지침이 되는 어떤 것을 바랐을 겁니다. 또한 초보 건축가는 많은 답사를 다니면서 ‘한옥이 가진 아름다운 지붕은 어떤 원리와 배경을 가지고 생겨났을까?’ ‘대들보와 기둥은 한옥에서 어떤 의미와 관계를 가질까?’ 하는 고민들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큰돈을 들여 한옥을 짓고자 하시는 분들은 보통 한옥 관련 책을 많이 읽습니다. 하지만 정작 목수들이 부재 하나하나를 다듬을 때, 다듬기가 끝나고 집을 짜 맞출 때,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아닌지 감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제가 쓰려고 하는 책은 한옥 일을 하고자 하는 예비 목수들을 위한 참고서이고, 한옥의 실제적인 기법을 알고자 하는 초보 건축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며, 처음 한옥을 짓는 이라면 마음속에 미리 한옥을 지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저는 관련학과 전공을 하지도 않았고, 한옥 분야에 높고 높은 경지에 다다르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소박한 바람들이 있습니다. 이 땅에 숨 쉬지 못하는 것들로 짓는 집보다는 사람처럼 숨도 쉬고, 처음에 이쁘다가 늙으면 지혜롭고 넉넉해지는 집, 고색이 아름다운 정감어린 집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 책이 그런 바람에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글쓴이가 책을 내기 전에 출판사에 보낸 이메일 가운데서
❙한옥에 쓰는 부재들을 살폈다
글쓴이는 집 짓는 과정을 따라 줄거리가 있는 내용으로 쓰지 않고, 부재 하나하나를 중심으로 글을 썼다. 한옥 한 채에는 수많은 부재들이 들어간다. 우리가 흔히 아는 기둥이나 대들보에서부터 주두, 소로, 평고대 같은 생소한 이름을 가진 부재들까지. 이 책은 한옥 부재 낱낱을 소개한다. 이렇게 쓴 까닭은, 한옥에 쓰는 여러 부재 가운데 그 어떤 것도 눈요기나 호사를 위해 생겨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옥을 짓는 부재는 꼭 필요해서 만들었고 부재들은 다른 부재들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이 부재들을 만들고 맞추는 과정들을 보면, 꼭 한옥을 지으려는 이가 아니더라도 한옥에 담긴 과학과 오랜 세월 쌓인 지혜를 볼 수 있다.
기둥머리에 여러 부재들을 단단히 짰다.
보아지는 보 아래를 받치는 받침목이다. 지붕 무게를 보가 받아 기둥으로 전달할 때 보아지가 보머리를 더 든든하게 해 지붕 무게가 기둥에 잘 전해지도록 한다. 눈밭을 발로 밟으면 푹 들어가지만 눈신발을 신고 밟으면 쑥 들어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대들보 위로 도리를 얹는다. 도리는 서까래를 받치는 구실을 한다.
창방은 기둥들을 잡아주어 기둥이 받는 수평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한다.
장여는 도리를 받치는데, 도리가 받는 지붕 무게를 아래에서 받쳐주며, 도리가 길거나 작을 때 도리가 처지는 것을 막는다.
❙현장 목수라서 해 줄 수 있는 이야기
김도수 목수는 지금 현장에서 한옥을 짓고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일해 보니 이렇더라.’ 하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줄 수 있다. 잘 지어서 좋았던 일들도, 잘못 해서 실패했던 일들도 겪어 보고 하는 이야기여서 값지다.
집 앞쪽에 있는 두 번째 아이 방은 창을 남쪽으로 냈는데, 빛을 받기에는 좋았지만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았다. 나중에 가서 보니 붙박이장과 도배지에 곰팡이가 슬어 있다. 이 집터에 바람길이 골짜기가 길게 나 있는 동서쪽으로 있으니 창을 동쪽에 두었어야 했다. 빛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람을 잘 통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아주 주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새길 수 있었다.
― 39쪽 ‘누워서 꿈꾸는 집’에서
집주인이 흙벽을 바랐기 때문에, 우리는 손가락 세 마디 정도 폭으로 나무틀을 짜고 부직포로 감싼 다음 그 안에 왕겨숯을 넣었다. 이 왕겨숯 틀을 벽체 중간에 짜 넣고 안팎으로 흙 미장을 한 다음 회벽으로 마감했다. 작은 왕겨 사이사이에는 수많은 공기층이 있어 단열 효과가 좋다. (…) 한 해 전에 횡성 현장에서 이렇게 해 보았는데, 겨울에 집이 정말 따뜻했다.
― 42쪽 ‘누워서 꿈꾸는 집’에서
❙현장에서 일하면서 찍은 사진들과 기록
김 목수는 일하면서 틈틈이 집 짓는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 또 집 짓는 과정을 하루하루 꼼꼼히 기록해 두었다. 이 책에는 현장에서 김 목수가 찍은 사진 230여 컷이 들어가 있다.
이 사진에는 멋들어진 구도도 없고 기가 막힌 선이나 풍경도 없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일꾼’들이 있다. 한옥 짓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 집에 살 사람들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일꾼들이다. 김 목수가 찍은 사진들을 쭉 넘겨보면, 일터 뒤로 철이 바뀌고 아무것도 없던 땅에 집 한 채가 세워지고 일꾼들이 일하는 모습들이 영상처럼 보인다.
대들보를 끼우고 있다. 판대공을 미리 낀 마룻보를 동자기둥에 끼우고 있다.
평고대로 매기를 잡은 지붕에 서까래를 걸고 있다. 팔작지붕 합각 부분을 만들고 있다.
―광주 안씨 종갓집 현장 (본문 16쪽~19쪽)
❙한옥 짓는 현장에서 전하는 이야기
김 목수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목수들 이야기도 전한다.
요즘 한옥 현장에서는 손으로 쓰는 연장들 대신 전동 공구와 엔진 공구를 많이 쓰고 있다. 전동 공구를 쓰면 빨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목수들은 어떨까? 일 양이 늘고 다칠 위험이 많아져서 목수들은 더 고달프다고 한다.
문화재 보수하는 일을 할 때도, 목수들은 이 현장에서 저 현장으로 떠돌이 생활을 한다. ‘문화재보호법’에는 전문 업체에 소속된 목수들이 일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 법을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화재 보수 일의 원형 유지, 일관성, 올바른 되살림. 이런 것들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옥 살림집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시간과 비용을 아끼려고 서두른다는 것이다. 돈을 아끼려고, 돈을 더 벌려고 서두를수록, 목수들은 일을 대충 하게 되고 시멘트나 접착제를 많이 쓰게 된다. 이 책은 이런 문제들을 알리고, 함께 풀어 나가기를 바란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방법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지금 각 시도 지자체에서는 한옥 짓는 것을 북돋기 위해 몇 천만 원에서 일억 원까지 지원금을 주고 있다. 이 돈이면 한옥 살림집을 짓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그리고 뜻있는 이들이 모여 한옥 단지를 만들어 여러 채를 시간 간격을 두고 함께 지을 수 있다면, 집 한 채를 얼른 짓고 다른 집을 지으려는 조바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 245쪽 ‘한옥, 짓고 살아볼 만한 집’에서
❙글쓴이
김도수는 경상북도 영주에서 태어나 부경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과를 졸업했다. 화천한옥학교에서 목수 일을 배우고, 2006년부터 한옥 짓는 일을 하고 있다.
청도 대비사, 청송 송만정 같은 문화재를 보수하는 일과 여러 한옥 살림집을 새로 짓는 일에 참여했다. 2014년 노르웨이에 ‘평화의 종각’을 짓는 데 함께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구례 화엄사 요사채, 독일 베를린 통일 정자를 지었다. (베를린 통일 정자는 독일 통일 25주년·광복 70주년 기념으로 포츠담 광장에 세운 정자다.) 지금은 전라북도 완주에서 한옥 살림집을 짓고 있다.
나이 서른을 넘겨 늦깎이로 한옥 짓는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더 부지런히 배우고 있다. 현장에 늘 사진기를 들고 가 틈틈이 사진을 찍고, 집 짓는 과정들을 꼼꼼히 기록해 두고 있다. 쉬는 날에는 옛 한옥들을 찾아다니며 눈을 밝히고 있다.
한옥을 짓고 고치는 현장에서 생기는 안타까운 문제들을 어떻게 슬기롭게 잘 풀 수 있을지 궁리, 또 궁리 중이다.
차례
김 목수가 드리는 글
한옥 한 채를 짓는 순서
* 이 집 탈 없이 잘 짓게 하소서
나무와 돌과 흙
누워서 꿈꾸는 집
* 집터를 구할 때 꼭 따져 보자
● 바닥을 단단하게 마련한다
기초 공사
주춧돌
● 집 뼈대를 세운다
기둥
보아지
창방
주두와 소로
보
동자기둥과 대공
도리
● 머리를 얹는다
추녀
서까래
평고대
사래와 부연
개판
지붕 만들기
기와
● 벽을 세우고 문을 낸다
인방
미장
구들
마루
문과 창
* 집 안팎 꾸미기
목수가 쓰는 연장
한옥, 짓고 살아 볼 만한 집
미리보기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