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교사 최관의가 쓴 자신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이다. 어렵게 들어간 중학교 입학식 첫날에 생활지도 선생님한테 뺨을 맞는 걸로 학교 생활을 시작한 이야기부터, 이발소에 가서 먹고 자며 이발 일을 배운 이야기, 시골에서 정성 들여 키운 배추를 서울에 가지고 가 골목 시장에서 판 이야기, 제대로 장사를 배우기 시작해 총각무 한 트럭을 하루 만에 모두 팔아 치운 이야기까지, 청소년 관의가 살아온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려준다. 학교와 학원만 오가며 공부와 시험의 압박에 치이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그저 옛날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몸과 마음이 자라는 데는 꼭 교실이 아니어도 좋다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 정답만을 가르치는 교과서, 틀에 박힌 학생을 키우는 학교에서 벗어나 조금 다른 인생길을 걸어가도 괜찮다는 것을 글쓴이 자신의 경험으로 이야기해 주는 귀한 책이다.
청소년
펴낸날 2014-11-01 | 1판 | 글 최관의 | 그림 김종도 |
11,000원
9,900원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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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조금 다르게 산다 해도 괜찮아
지금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교사 최관의가 쓴 자신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이다. 어렵게 들어간 중학교 입학식 첫날에 생활지도 선생님한테 뺨을 맞는 걸로 학교 생활을 시작한 이야기부터, 이발소에 가서 먹고 자며 이발 일을 배운 이야기, 시골에서 정성 들여 키운 배추를 서울에 가지고 가 골목 시장에서 판 이야기, 제대로 장사를 배우기 시작해 총각무 한 트럭을 하루 만에 모두 팔아 치운 이야기까지, 청소년 관의가 살아온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려준다. 학교와 학원만 오가며 공부와 시험의 압박에 치이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그저 옛날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몸과 마음이 자라는 데는 꼭 교실이 아니어도 좋다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 정답만을 가르치는 교과서, 틀에 박힌 학생을 키우는 학교에서 벗어나 조금 다른 인생길을 걸어가도 괜찮다는 것을 글쓴이 자신의 경험으로 이야기해 주는 귀한 책이다.
한 해 늦게 들어간 중학교, 교복을 입은 날은 단 석 달뿐
집안 형편이 어려워 남들보다 한 해 늦게 들어간 중학교 입학식 첫날. 관의의 중학교 생활은 전교생들이 보는 앞에서 생활지도 선생님한테 뺨을 맞는 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학교를 가는 날도 잠시뿐, 농사일이 한창일 시기에 일손이 없다고 멀쩡한 논을 그냥 묵힐 수는 없기에 관의는 학교가는 것을 그만두고 농사일을 시작했다. 지게질도 어설프고 낫질도 서투르지만 농사를 짓기 시작한 관의는 그렇게 고생해서 키운 벼를 거두어 쌀을 팔기 위해 나간 읍내 장에서 퇴학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교를 그만둔 뒤 모든 게 달라진 생활. 관의는 그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낸 걸까?
몸으로 일하고 몸으로 배우는 공부
“학교에 다녔다면 중학교 3학년인 그해 내가 다닌 학교는 성환 이발소, 배추밭 그리고 시장이었어. 이발소 아주머니와 아저씨, 날 위해 쑥쑥 커 준 고마운 배추, 그리고 날 믿고 벌레 먹은 배추를 사 간 분들이 모두 내 담임 선생님이었고.” (본문 100쪽 가운데)
교실에서 교과서로 공부하는 학교는 다니지 못했지만, 관의한테는 길거리가 학교고, 일터에서 만난 사람들이 선생님이다. 시험에 나오는 것만 배우고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부딪쳐 가며 깨우친다. 관의가 온몸으로 배운 세상, 관의가 다닌 길 위의 학교는 논과 밭, 이발소와 공사장, 골목 시장까지 다양하다.
- 농사짓기: 농사를 지으려면 땅부터 갈아엎어야 해. 소가 없어서 어떻게 땅을 갈아야 하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랫마을 오 씨 할아버지가 소를 빌려 주셨어. 소 모는 방법도 가르쳐 주셨지. 소고삐를 몰고 쟁기로 땅을 가는 건 생전 처음 해 보는 일이야. 소는 입마개를 씌웠는데도 논두렁만 보면 풀을 뜯느라 딴짓을 해. 쭉 앞으로 가기는 가겠어. 그런데 끝까지 가서 되돌아서야 하는데 소를 돌려 세우는 게 쉽지 않아.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온몸이 흙탕물 범벅이고, 팔다리며 어깨며 안 아픈 데가 없어.
- 장작 팔기: 큰 소나무를 베다가 집 뒤뜰에 쌓아 둔 게 있는데 이걸 도끼로 패 장작을 만들어 팔기로 했어. 원래 장작은 바싹 말려서 팔아야 하지만, 참나무는 젖은 것도 잘 팔려. 한두 달만 말려도 잘 타거든. 대신 소나무보다 참나무가 유달리 더 무거워. 다른 아이들은 지게질도 잘하고 나뭇짐도 예술처럼 묶는데 내가 묶은 지겟단은 풀어지는 게 예삿일이야. 지게질이 어설퍼도 나무를 해다가 장에 내다 팔면 나무꾼이지, 뭐 다른 게 나무꾼인가?
- 이발소 일 배우기: 시골집을 떠나 성환까지 왔어. 작은방에서 지내면서 이발 일을 배우기로 했거든. 이발소에서 하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야. 바닥 쓸고 물 긷고, 문 닦고, 수건 널고 개고……. 어느 정도 적응한 다음 머리 감기는 법부터 배우기 시작했어. 처음 하는 거다 보니 머리를 한 번 감기고 나면 세면대 둘레가 물이랑 비누가 튀어 난리야. 수염 깎는 법도 차근차근 배우기 시작했지. 수건을 뜨겁게 한 다음 수염을 덮어 밑준비를 하고 거품을 발라 수염이 난 방향을 거슬러서 밀어 깎아. 나중에는 손님 가운데 수염이 부드러운 분들 면도는 내가 도맡아 하기 시작했어. 어느 날 회갑 잔치를 앞둔 할아버지가 갑자기 나한테 수염을 깎아달라고 하네. 어쩐지 이제까지 연습해 온 수염 깎는 실력을 시험 받는 기분이 들어.
- 온돌 놓기: 아버지가 집수리를 하러 가신다길래 일손을 돕기 위해 따라나섰어. 막상 따라오긴 했지만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아버지가 시킨 대로 방바닥을 뜯어내기 시작했어. 점심 먹기 전까지 큰방에 있는 바닥을 다 뜯어내기로 나 혼자 다짐했지. 망치로 바닥을 두드려 깬 다음 시멘트 조각을 질통에 담아 바깥으로 내놔야 해. 질통을 지고 일어서려는데, 어라, 질통이 꼼짝도 안 하네. 허리 높이 받침대에 질통을 놓고 시멘트 조각을 담았어야 하는데 바닥에 놓고 담았으니 일어설 수가 있나. 일을 잘해 보겠다는 의욕만 앞서다 보니 한 번 만에 제대로 되지 않아. 그래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면서 차근차근 하다 보니 아버지한테 상일꾼이라는 칭찬도 들었어.
- 채소 장사 하기: 엄마를 따라 비누 장사, 떡 장사를 해 봤지만 내가 판을 벌이고 밑천을 들여 하는 장사는 처음이야. 시장에서 미리 알아봐 둔 채소 가게 아저씨한테 어떤 식으로 장사를 하면 되는지 조언을 듣고 물건을 떼 골목 시장으로 가는 길이야. 시장 들머리에서 전대도 하나 샀어. 재수 좋으라고 침도 한 번 뱉었지. 그런데 막상 골목 시장에서 장사를 하려니 쉽지 않아. 물건이 있다고 소리쳐야 손님이 몰릴 텐데 목소리가 안 나와서 큰일이네. 안 되겠어, 그냥 시장 한복판으로 손수레를 밀고 무작정 들어가 봐야지. 마냥 막막하기만 했는데, 첫 손님이 물건을 사 간 뒤로 갑자기 손수레 둘레에 손님이 몰려드네. 까짓것, 어디 한번 해 보자!
길에서 만난 사람이 모두 선생님이고 온 세상이 학교였다
“힘든 순간에 귀한 사람들이 옆에서 도와줄 거예요. 귀인이 사방에서 모여들 팔자야. 어려서는 고생 억세게 하는데 고생하면서 얻은 그 힘으로 평생 먹고살 거고.” (본문 28쪽 가운데)
힘든 순간에 귀한 사람들이 옆에서 나타나 도와줄 거라는 스님의 말씀처럼, 관의가 몸으로 부딪쳐가며 생전 처음 하는 일을 시작할 때, 어려운 일에 부닥쳐 힘들어할 때마다 관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한다면 관의한테는 일을 하면서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바로 담임 선생님이다.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를 읽다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꼭 교과서에서 배우는 지식과 정보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도리어 관의는 학교에 다녔다면 배울 수 없는 더 귀한 것들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앞가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커 간다. 대학 입시와 시험 점수로만 청소년들을 평가하는 요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산다 해도 괜찮아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관의는, 동네 아이들이 큰길로 학교를 갈 때, 혼자 지게를 지고 걸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동네 아이들에게 보이기 싫어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모두들 학교에서, 일터에서 시간을 보낼 때 혼자 집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뒹굴거리던 그 시간이 제일 견딜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자기 혼자만 세상과 동떨어져, 쓸모없는 사람처럼 버려졌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주눅 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남들이 다 입는 교복을 입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농사일을 하면서, 공사장에서 아버지 일을 도우면서, 시장에서 판을 벌여 장사를 하면서, 관의는 스스로가 이 세상에서 필요한 사람이고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차츰차츰 몸으로 느끼게 된다. 지금 당장은 남들과 같은 길을 걷지 못하더라도, 남들과 견주어 조금 다른 길로 에둘러 가는 것 같아 보이더라도 그것이 결코 잘못되거나 실패한 인생은 아니라는 것을 글쓴이의 인생이 증명해 주고 있다. 저자 최관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인생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고 있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려고 버둥대지 않아도 괜찮다’는 진심 어린 격려를 전해 주고 있다.
소설 같지만, 소설이 아닌 진솔한 삶의 기록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는 전문 작가가 아닌 초등학교 교사 최관의가 자신이 살아온 어린 시절 이야기를 꾸밈없이 쓴 책이다. 쉽게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도 진솔하게 기록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감동은 여느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진하게 다가온다.
어려운 말이 섞여 있지 않고 쉬운 우리 말로 쓰여 있어서 단숨에 읽을 수 있다. 게다가 마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생생하게 쓰여 있어서,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은 열다섯 살 관의가 되어 소를 몰고, 수염을 깎고, 장사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는 저자의 중학생 시절 이야기를 모아 엮었습니다. 이 책의 뒷이야기인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는 청소년문화연대 ‘킥킥’에서 발간하는 웹진 (http://blog.naver.com/kickkick99)에서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2주마다 연재하고 있습니다.
저자 소개
최관의 | 글
1962년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줄곧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고 있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학교’를 만들자며 서울 세명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아이들과 지내는 게 정말 좋지만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아이들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함께하면 기운이 솟는다. 2008년부터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보에 ‘어린 시절 이야기’를 3년 동안 연재했으며 지금은 청소년문화연대 ‘킥킥’에서 발간하는 웹진(http://blog.naver.com/kickkick99)에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2주마다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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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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