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동 문학사에 빛나는 고전이자 이오덕 선생님의 이력서입니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이오덕 선생님이 가르쳤던 농촌 아이들이 쓴 시를 모은 책 《일하는 아이들》의 초판이 나온 것은 1978년입니다. 아이들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일하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 살아 있는 글쓰기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아껴 온 시집입니다.
책이 더 이상 출판되지 않았던 때에도 농촌 활동을 떠나는 대학생들은 절판된 책의 복사본이라도 구해 읽으려 노력하곤 했습니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 책의 고침판을 보리에서 다시 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 시집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았고 우리 아동 문학사에 빛나는 고전이 오랫동안 묻혀 있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우리말 교육과 살아 있는 글쓰기 교육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이오덕 선생님은 당신이 직접 쓴 어떤 책보다 이 시집이 더 소중하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몇십 권의 다른 책들을 다 두고, 무엇보다 먼저 이 책 《일하는 아이들》을 고쳐 내는 까닭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제가 쓴 글로 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쓴 어느 책보다도 더 소중하게 여겨 왔습니다. 저는 이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쳤지만, 한편으로 이 아이들한테서 참된 시를 배웠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안동, 상주, 문경, 경주, 대구에 있는 학교에 새로 부임할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시 공부를 했고, 그 소중한 시를 모아 이 책을 엮었습니다. 선생님의 이력서가 이 한 권의 시집에 빼곡히 다 들어있는 셈입니다. 1952년에 쓴 한 편을 빼면 나머지는 1958년부터 1977년까지 쓴 시들입니다. 160여 명의 아이들이 쓴 272편의 시들은 자연과 시를 잃어버린 요즘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우리말과 참된 시와 사람답게 사는 길을 가르쳐 줄 것입니다.
일하는 아이들의 시가 주는 특별한 가르침
이 아이들의 시에는 잃어버렸던 우리 마음, 우리 삶이 있습니다.
꿈 에도 잊지 못하여 그리워하면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고향의 이야기, 자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인동꽃을 따서 기성회비를 내야 하는 어린 마음에 깃든 고달픔도 건강하게 시 속에 녹아 있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삶을 자기 것처럼 안고 가는 어른스런 마음도 있고, 개구리에게 돌을 던져 놓고 금세 후회하며 하늘에 빌고 마는 연약한 심성과 초등 학생이면서도 당당히 한 사람의 일꾼 노릇을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절절하게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가졌던 사람다운 삶, 맑은 물과 공기, 땀 흘리고 일하는 그 시절의 가난까지 귀한 우리 자신의 세계로 마음에 새기게 해 주는 시집입니다.
이 시집에는 살아 있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아 이들이 오염된 어른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 쓰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이 시절의 아이들은 병들지 않은 삶을 살았고, 그 삶 그대로 건강한 입말을 시에 살려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속절없이 잃어가고 있는 수많은 말들이 오롯이 살아 있습니다. 이 시집이 아이들에게 깨끗한 우리말을 가르치고 찾아가는 귀한 교과서가 될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시를 가르쳐 줍니다.
이 아이들의 글에는 무슨 별난 내용도 없고, 깜찍한 말재주 같은 것은 물론 없습니다. 그저 누구나 보고 들은 것, 한 것을 정직하게 자기 말로 토해 낸 것뿐입니다. 다만 이런 것이 시라는 것이고, 시는 이렇게 삶을 잃어버리지 않은 모든 아이들의 마음 속에 있는 것입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교과서에서, 잡지에서, 신문에서 오히려 잘못된 흉내내기 동시만 읽고 쓰면서 참된 시를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사람다운 감정을 가지도록 도와 줄 것입니다. 자연에 대해서나 가난한 농촌에서 일하면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쓴 이 시들은 머리로 쓴 것이 아니라 모두 몸과 마음으로 쓴 시들입니다.
이 시를 쓴 아이들은 지금 대개 40대 장년이 되어 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가끔 이 아이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른이 되어 비록 시는 안 쓰더라도 시를 마음 속에 지니고, 몸으로 시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하셨지요.
고침판 머리말
초판 머리말
그림에 대하여
제1부 고추밭 매기
제2부 청개구리
제3부 길
제4부 조그만 구름
제5부 새눈
엮고 나서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