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고전문학선집 20

개성과 욕망의 시대, 재기 발랄한 이야기들

내시의 안해

양장 | 152×223 mm | 552 쪽 | ISBN 9788984282421

신분 질서가 무너지되고, 상품 화폐 경제가 자리를 넓히는 조선 후기, 낡은 질서에서 자기를 해방하고, 욕망과 개성을 드러내는 능동적 주체들! 조선말의 야담집《잡기고담》《기문총화》《파수편》에서 야담 86편을 가려 뽑았다. 낙관주의와 새 시대의 발랄함을 듬뿍 느낄 수 있다.

청소년~어른

펴낸날 2006-07-25 | 1판 | 글 임매, 옛사람 | 옮긴이 김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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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춘정, 자유로운 상업 활동 = 현실주의의 시대(조선 후기)
새 로 얻은 남편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과시하는 (전)내시의 안해, 여종의 발을 움켜쥐어 놓고는 부인에게 걸리자 부인의 발인 줄 알고 그랬다고 눙치는 재상(‘여종의 발을 움켜쥐고 매화 만발’, 낯선 나그네를 유혹하는 여인(‘눈치가 발바닥인 서생’) 등. 이런 사건을 서술하는 작가의 태도가 욕망에 대해 확연히 긍정적이다.
그런가 하면, 장사로 큰 이문을 남겼다는 사람은 왜 그리 많은지. 그야말로 상업 자본의 발흥이 두드러진다. 남경으로 가 조선 인삼을 열 배 값으로 판 장사꾼 정씨(‘남경에 간 장사꾼 정 씨의 일확천금’), 역관 딸도 얻고 부도 거머쥔 채생(‘이팔청춘 여인도 얻고 재복도 얻고’), 담배 같은 환금작물로 큰돈을 번 허생(‘십 년 쌓은 공’), 큰 재산을 모은 여종 부부(‘여종이 고른 남편’), 상품 경제의 위력을 뚜렷이 본다. 돈이 새로운 가치가 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러면서 욕망도 돈도 평등해지듯, 도덕과 의리, 고상함도 사회 전계층으로 퍼진다. 멋진 영웅도 출신 계급을 가리지 않고 자기를 뽐낸다. 기생이나 종들이 의리를 알고, 도적이 호걸스럽다.

과 부가 팔자 고치고, 종이 남편 잘 골라 부를 일구고, 답답하면 장사해서 큰돈 쥐고, 다들 새 인생 개척하는 데 선수들이다. 더는 타고난 대로 체념하며 살지 않는다. 이 야담집은 바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물이 떠오르면서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다. 근대가 밝아 오는 예감이 든다.


풍자와 해학 : 이야기의 세계엔 성역이 없다.
아전이 애꾸눈 원님을 속여, 송아지와 하룻밤 정을 나누면 애꾸눈을 고칠 수 있다며 술을 진탕 먹이고 송아지랑 원님을 한 방에 두고 나온다(‘꾀 많은 아전에게 속아 넘어간 원님’). 엽기발랄의 원조가 될 법한 이야기다. 풍자와 해학이 맛깔스러운 이야기에 녹아 있는데, 전시대보다 훨씬 풍부하고 스토리라인이 더 분명하다. 본디 이야기의 세계에는 성역이 없는 법, 풍자의 위력이 더욱 강해졌다. 마음놓고 풍자한다.


보통 사람의 시대 : 영웅호걸이 어찌 씨가 있으랴--영웅의 하강
의리나 호걸스러움, 영웅의 면모를 띤 도적, 기생, 노비가 수없이 등장한다. 《잡기고담》의 작자 임매는 “땅이 인걸을 내는 데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는 법이니”라 하며 민간의 호걸들을 예찬한다. 그러면서 “우리 나라에서 오로지 문벌을 위주로 사람을 쓰기 때문에….” 하면서 비판한다(‘십만 대군을 거느린 도적’).


조선 후기의 걸작 《잡기고담》을 최초로 만난다.
임 매는, 원수를 갚은 살인자 여성을 옹호하고(‘원수 갚은 두 처녀’), 의로운 노비와 호걸스러운 도적을 예찬한다(‘호걸스러운 종’‘십만 대군을 거느린 도적’). 내시의 처가 제 갈 길을 간 것을 잘했다고 한다. 자기 이름을 걸고, 글로 당당히 발언하는 임매를 보며, 치열한 근대적 작가 정신의 만개를 본다. 그가 쓴 모든 글 가운데 ‘내시의 안해’가 단연 백미이다. 진재교 교수는 ‘내시의 안해’를 두고 “당대 현실을 충실히 반영할 뿐 아니라 의미 지향 또한 현실적 성격을 띤다.”고 했다.
《잡기고담》 《기문총화》《파수편》은 조선 후기 야담집 가운데 작가 의식과 서사성이 탁월한 작품집들로, 조선 후기 야담의 발전을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세 야담집 모두 연구자들 외에 일반 독자는 쉽게 만나기 어려웠으나, 《내시의 안해》에서 비로소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잡기고담》의 전모를 이렇게 온전히 담은 책은 처음이다.


어떤 책들에서 이야기를 골랐나?
이 책에는 조선 후기의 뛰어난 야담집인 《잡기고담》 《기문총화》 《파수편》에서 뽑은 이야기 86편이 들어 있다. 《잡기고담》은 조선 후기의 임매(1711?1779)가 쓴 야담집. 단편 소설이라 해도 좋을 만큼 이야기 구조가 훌륭하며, 성격 창조에 성공하였다. 근대 지향의 작가 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 또한 큰 특징이다. 《기문총화》와 《파수편》에 관해서는 작가나 연대나 다 알 수 없으며, 다만 18?19세기쯤으로 짐작할 뿐이다.
겨레고전문학선집을 펴내며
만고에 으뜸 정사, 천하에 으뜸 도적 - 기문총화
이 판서 내외의 용력 / 토정 이지함의 도술 / 이경류의 의기 / 문청공의 청백 / 망신당한 부제학의 종씨 / 이덕중의 의리 / 암행어사 박문수 / 용호영 장교의 기지 / 신여철의 뱃심 / 선전관과 유생 / 이장곤과 백정의 딸 / 과거 길에서 만난 여종 / 우하형과 여종의 인연 / 십 년 쌓은 공 / 노정과 선천 기생 / 아들 하나에 두 며느리 본 권 진사의 꾀 / 황인검의 강직한 성품 / 처녀의 원한을 풀어 준 조현명 / 아전 노릇을 한 서울 유생 / 잠자리 일을 문서로 받은 부인 / 만고에 으뜸 정사, 천하에 으뜸 도적 / 아전의 꾀에 넘어간 이성좌 / 남의 원수를 갚아 준 유생 / 장붕익의 호걸스러움 / 조태억의 처와 평양 기생 / 됫밥 먹는 종 / 늘그막의 인연 / 허생 이야기 / 그 주인에 그 빈객 / 착한 일 하는 집에 경사가 넘쳐난다 / 범을 쫓아낸 이 참판 / 귀양을 면한 백인걸

금강산에서 별세상을 구경하다 - 파수편
한 가지 약으로 온갖 병을 고친 훈장 / 북도 기생의 연정 / 여종이 고른 남편 / 금강산에서 별세상을 구경하다 / 신선을 알아보지 못한 성현 / 범에게 은혜를 갚은 최 씨 / 중을 혼내 준 이 비장 / 중에게 《주역》을 배운 이식 / 병을 앓다가 도술을 깨달은 이 진사 / 하룻밤에 백 운 장시를 지은 차천로 / 얼룩 위에다 써도 명필 / 제 집 돼지로 남의 제사를 / 여종의 발을 움켜쥐고 매화 만발 / 어릴 적 약속으로 벼슬 얻은 서자 / 이팔청춘 여인도 얻고 재복도 얻고 / 범을 때려잡은 이수기 / 벼슬아치를 살인죄로 잡은 이완 / 아내를 저버리지 않은 김생 / 꾀 많은 아전에게 속아 넘어간 원님 / 은둔해 살다가 털난 신선이 된 선비 / 남모르는 덕을 쌓은 윤 공 / 남경에 간 장사꾼 정 씨의 일확천금 / 비단 치마에 그림을 그린 정선 / 금강산에서 만난 일본인 / 우여곡절 끝에 인연을 만난 염시도 / 영랑호 은자, 설생 / 범을 감동시킨 효자 / 돈 항아리를 서로 양보한 두 부인 / 다락에서 노래를 부른 도적 / 원님을 꾸짖어 쫓은 열녀 / 기쁜 소식을 알려 준 곱사 말 / 우연히 맞은 꿈 / 십 년 《주역》을 읽은 이생 / 마흔 살에 공부를 시작한 채생 / 말소리만 듣고도 병을 아는 신만 / 관청에 고소하여 주인의 원수를 갚은 개 / 도둑을 잡아낸 원님의 꾀

내시의 안해 - 잡기고담
어의도 꼼짝 못하는 무당 의원 / 호걸스러운 종 / 원수 갚은 두 처녀 / 도적 재상 / 내시의 안해 / 십만 대군을 거느린 도적 / 청초도의 신기한 조화 / 영험한 점술 / 밝은 눈 / 의로운 기생 / 남의 시 조롱하기 / 은혜 갚은 까치 / 누명을 벗은 과부 / 눈치가 발바닥인 서생 / 굶어 죽은 가짜 절도사 / 동료 속이다가 천벌받은 유생들 / 송시열을 몰라본 무관

《파수편》, 《기문총화》, 《잡기고담》에 관하여 /김세민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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