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언제나 글을 쓰면서 자기를 닦았다. 과거 시험의 논술 대비 문장이 아니라, 일상의 삶을 적으면서 자기를 수양하는 도구였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들 중에서도 문장이 뛰어난 이들이 많았으며, 최부 역시 나날이 자기를 기록해 오면서 다져진 필력을 통해 기록에 충실하면서도 거듭되는 위기와 긴장의 순간을 박진감 넘치는 문장으로 훌륭히 표현해내고 있다.
세계 3대 중국 여행기
- 역경을 헤치고 길을 여는 대모험,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성 종 임금의 근신 최부는, 제주도에 추쇄경차관(관리 감찰하는 직책)으로 나악 일을 보던 중 아버지 상을 당한다. 급히 고향 나주로 오다가 풍랑을 만나 끝없는 바다를 표류하다 천신만고 끝에 중국 땅에 닿으나 해적들에게 매맞고 가진 것 다 뺏기고 돛까지 부러진 채 바다 한가운데 버려진다. 다시 표류하다가 닿은 곳이 중국 절강성, 이번엔 왜구로 오인당한다. 조선의 관원임을 입증하니 비로소 간신히 살길이 열린다. 그때부터 조선 사람으로는 드물게 양자강 이남을 여행하게 된다.
최부의 표해록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과 엔닌(일본 승려)의 『입당구법순례행기』와 더불어 세계 3대 중국 여행기에 꼽힌다.
당당한 선비 최부, 중국 땅에 조선의 위엄을 떨치다
최 부는 바다를 표류하는 중에 배가 난파할 위험에 놓여서도, 해적을 만나서도, 중국 땅에 내려 왜구로 오인받아 조사당할 때도 언제나 강인함과 뛰어난 통솔력을 보여 자신과 일행 42명을 지켜낸다. 결국 중국 당국도, 최부가 과거에 오른 국왕의 근신이며, 유학에 조예 깊은 선비임을 알게 되면서, 중국 정부는 말과 수레와 가마를 주는 등 편의를 봐준다. 북경에 들자 천자는 최부와 일행 42인에게 상을 내린다. 이러한 은혜를 받으면 사은례를 거하게 하는 법이나 아버지 상을 당해 망극한 슬픔을 가눌 길 없는 최부는 아무리 천자께 드리는 사은례라 해도 상복을 벗고 천자를 배알할 수는 없다고 꿋꿋이 버텨 중국 관원들을 난처하게 만든다. 조선 전기 지식인, 중국에 당당했다.
겨레고전문학선집을 펴내며
끝없는 바다에 표류하다
제주도에 부임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제주를 떠나 고향 집으로
끝없는 바다에 표류하다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소서."
무시무시한 고래
배에 몸을 든든히 묶고
방향을 잃지 말라, 키를 바로 잡아라
창해 만 리에 갈매기 떼
비야말로 생명수다
파선의 찰나
천신만고 끝에 중국 땅에 닿다
섬에서 해적을 만나다
또다시 표류하다
만신창이가 된 배
인가가 어데쯤인가
왜적으로 의심받다
도저소에서 천호의 신문을 받다
"북경으로 보내 귀국토록 할 것이오."
진술서를 고쳐 쓰다
양자강과 회하를 지나
건도소에서 간곡한 대접을 받다
가마에서 내려 물길로 접어들다
소흥부에서 다시 진술하다
소흥부를 떠나 항주로
항주에 머물다
"벗이 주는 것이니 사양치 마오."
제일가는 향락지 소주
양자강을 지나
회하의 갑문을 통과하다
"여간한 물은 두렵지 않소."
조롱 속 앵무새
"수차 제작법을 가르쳐 주시구려!"
황성으로 들라는 부르심을 받고
북경에 닿아 회동관에 들다
조선 사신 소식을 듣다
"그들을 안전하게 호위하라."
옥하관에 머문 지 보름
"상복을 벗고 황제를 배알하시오."
병이 나서 꼼짝 못하다
북경의 이모저모
반가울손, 압록강!
드디어 길을 나서다
어양에서 우리 사신을 뵙다
중국 사신을 만나다
난하를 지나 산해관을 통과하고
광녕에서 우리 사신과 주찬을 나누다
나라의 덕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요동벌을 지나
반가울손, 압록강!
내가 본 중국 땅 중국 사람
지나온 노정
지나온 길의 천연 지세
물길 이용 제도
살림살이와 옷차림새
인정과 풍속
최부 연보
<표해록>에 대하여 -문예출판사 편집부
표해록 원문